우리나라 대학졸업자들의 산업현장 업무능력이 주요 나라들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인재대국형 교육 · 노동시장 연계체제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졸 신입사원의 업무능력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업무능력간 괴리도(乖離度)는 22.4로,조사대상 12개국 가운데 일본에 이어 가장 높았다.

뿐만 아니라 국내 532개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대졸 신입사원의 업무능력을 설문 조사한 결과 '기업의 요구수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체의 7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학들은 기업이 신입사원에게 기대하는 직무능력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채 학생들을 사회로 내보내고 있음이 그대로 입증된 셈이다.

대졸 신입사원의 직업능력이 산업현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경제계와 대학이 공학교육인증원을 공동으로 설립해 운영하고,산업계 관점에서 대학의 교육과정과 내용 등을 평가하고 나선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양적 성장만큼 질적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대학이 기업의 수요를 못 맞추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올해 세계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쟁력이 조사대상 55개국 가운데 51위에 머무른 데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공대 졸업생들의 직무능력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는 점이다. 국내 대학 전자공학과 졸업생들의 직무능력과 직결되는 전공이수 학점 비중은 전체의 56%로,인도(95%) 핀란드(71%) 미국(64%) 등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학생들이 전공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3~4학년 때 '토익 높은 점수 받기' 등 입사시험 준비에 골몰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대졸 신입사원을 뽑아 실무에 투입할 때까지 1인당 평균 6000만원 이상의 재교육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그런 점에서 대학교육 내용과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간의 괴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업발전에 따른 고급인력 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성균관대 반도체학과처럼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맞춤형 인재를 키우는 '계약학과'를 늘리고, 또 대학교과 과정 편성에 경제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권장할 만한 일이다. 기업들 또한 대학이 키워낸 인재들만이 아니라 다양한 능력을 갖춘 인력을 뽑기 위해서는 '입사사정관제' 도입도 검토(檢討)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