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조직 개편은 선진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일본, 영국에 이어 프랑스도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행정력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방조직 개편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개편방향은 동일하지 않다. 우리와 가장 비슷한 모델은 일본과 독일이다. 우리처럼 몇 개 자치단체들을 묶어 숫자를 줄이는 방향이다. 영국이나 프랑스는 지방정부의 권한이나 규모를 넓히는 통폐합이 진행됐다.

일본에선 통합작업이 세 번 있었다. '메이지 대합병'으로 불리는 1888년 통폐합이 시초다.

메이지정부는 근대적인 지방자치제도 도입을 위해 7만1314개 '시(市) · 정(町) · 촌(村)을 39개 시와 1만5820개의 정 · 촌으로 통폐합했다. 2차 통합은 전후 고도성장기에 이뤄졌다. 효율적인 지역 개발을 위해 9868개 시 · 정 · 촌을 556개 시와 1935개 정,981개 촌으로 재편했다. 1999년에 시작돼 작년에 마무리된 3차 지자체 합병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지자체 자율통합과 가장 유사하다.

우리나라의 지자체 자율통합법안과 유사한 지방분권일괄법을 1999년 3월 제정,자율합병의 원칙으로 시 · 정 · 촌의 합병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현재 1도(都) · 1도(道) · 2부(府) · 43현(縣) 체제가 확립됐다. 일본의 경우 많은 지자체들이 통폐합에 적극적이다.

지방조직이 광역화하면서 행정기관과 지역주민 간 거리가 멀어졌다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행정서비스가 고도화되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주민대표들로 합병협의회를 구성해 처음부터 논의에 참여시키는 등 분란의 소지도 없앴다.

독일은 동 · 서독으로 갈려져 있던 1968~1978년 기간 중 서독에서 통폐합이 있었다. 베를린,브레멘,함부르크 등 3개의 도시주를 제외한 8개 주에서 대대적인 통폐합이 추진됐다.

이를 통해 통합 전 2만4842개에 달하던 자치단체 수가 1980년 8737개로 64%나 줄었다.

자치시는 135개에서 91개로,광역자치단체는 425개에서 237개로,기초자치단체는 2만4282개에서 8409개로 각각 감소했다.

1998년에도 법률을 개정해 23개에 달하는 베를린의 구를 12개로 통폐합한 바 있다. 구동독 지역도 동서독 통일 이후 5개주에서 지자체 통폐합이 추진됐다.

영국은 지방정부가 종래 카운티(광역자치단체), 디스트릭트 및 바러(기초자치단체), 교구의 3층 구조였다. 이런 중층 구조를 단층 체제로 바꾸는 방향으로 개편을 진행했다. 1997년 지방정부개편추진위원회가 중심이 돼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에서 개편 작업을 추진했으며, 46개 단층 자치단체로 조직되었다. 2~5개의 기초자치단체는 통합해 30만~50만명 인구 규모로 재조직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