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1개뿐인 유일한 국제공항.."고장시 대처 어려워"

이달 초 레이더 고장으로 착륙예정이던 10여편의 항공기들이 수십분간 무더기 지연된 사고를 겪은 김해공항의 추가 레이더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부산지방항공청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현재 제주공항은 지난해 신설한 아이슬란드 턴(TERN)사의 레이더를 포함해 2개의 레이더가 있고 지난 2000년 6월 인천공항의 개항에 맞춰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각각 일본 엔이시(NEC)사 레이더 1기와 프랑스 탈레스(THALES)사 레이더 2기를 운용하고 있다.

인천공항의 경우 인근 신불산과 왕산에 레이더를 설치해 보다 넓은 공역(비행 중인 항공기가 충돌하는 것을 막기위해 필요한 공간)을 커버하고 김포공항의 레이더 고장 시 김포 상공의 항공기 관제까지 도맡는 시스템으로 2중, 3중의 비상 레이더 체제가 돼 있다.

제주공항 역시 평소 레이더 1기로 항공기 이착륙 관제를 맡다가 레이더 고장 등 비상상황에서 남은 레이더를 가동하는 비상 관제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3월 83억여원의 예산으로 일본 NEC사의 레이더를 구축한 김해공항엔 주요 국제공항 중엔 유일하게 여분의 레이더가 없어 고장이나 시스템 에러와 같은 긴급상황시 수동관제로 전환, 항공기 연착은 물론 자칫 큰 항공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번 김해공항의 레이더 고장은 레이더 본체(ASR)의 안테나 로터리 조인트(Rotary Joint)가 장애를 일으켜 관제사들의 필수장비인 공항에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편명이나 고도, 속도 등 비행정보를 보여주는 레이더자료자동처리시스템(ARTS)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임시방편으로 조종사와 관제사간 교신으로 이착륙을 유도하는 비(非) 레이더 접근방식(non-radar control)을 사용했지만 이에 대해 공항 관계자들은 "눈을 감고 항공기를 이착륙시키는 것과 같다"며 "비나 안개 등 기상이 좋지않을 경우엔 공항 상공에서 자칫 항공기 충돌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로 최소한 수시간에서 수일이 걸리는 레이더 복구 과정에서 생기는 관제 공백과 제2, 제3의 김해공항의 레이더 고장에 대비하는 최선의 선택은 '레이더 이중화'라는 것이 공항 안팎의 결론이다.

부산지방항공청 관계자는 "레이더 설치 등 기본예산이 200억원이 넘어 그동안 안전성보다 비용의 효용 문제 때문에 추가 레이더 설치는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며 "이번 사고로 관제 안전성 확보에 경각심을 가지게 된 만큼 정부에 예산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산지방항공청 상위기관인 국토해양부도 김해공항의 레이더 추가 설치 예산을 관련부서와 협의해 조만간 기획재정부에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w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