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이나 공기업 입사 등을 준비하는 '공시족(公試族)'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은 임용 경쟁률이 높고 시험 준비 경험이 민간부문 취업과 연계되지 않아 시험 준비 경험이 취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는 응시연령 제한 해제로 그동안 응시가 불가능했던 만 33세 이상 지원자까지 합류하면서 각종 공무원 시험에서 역대 최고 경쟁률이 기록됐다. 올해 치러진 국가직 9급의 경우 49대 1이었던 지난해보다 높아진 59대 1을 기록했고,7급은 45.2대 1에서 80대 1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경찰,군무원 등의 임용시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7월 서울지역 여경 경쟁률은 459대 1에 이르렀다. 공기업에선 최근 공채를 진행한 한국수력원자력이 25대 1, 한국농어촌공사는 39대 1을 보였다.

공시족은 늘고 있지만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공시족들은 취업을 위해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셈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경험한 사람들의 취업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능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대졸자들이 첫 직장을 구하기까지 평균 7.7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11개국 평균인 5.8개월보다 1.9개월 길며 일본(6개월)보다는 1.7개월 더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능원은 평균 2년 이상이 걸리는 공무원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들 때문으로 분석했다.

높은 경쟁률로 인해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취업에 도전하는 공시족들이 많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직능원이 2006년 10월 조사 시점 당시 졸업 후 1년10개월(2005년 2월 졸업생)에서 2년2개월(2004년 8월 졸업생)이 지난 전문대학 및 4년제 대학 졸업자 2만6544명을 대상으로 취업 여부를 조사한 결과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남자 중 시험 준비 미경험자는 93.6%의 취업률을 보여 경험자(75.9%)보다 17.7%포인트 높았다. 여자도 미경험자(89.7%)가 경험자(75.8%)보다 취업에 성공하는 비율이 높았다.

직능원은 "경쟁률이 높고 시험 준비 경험이 민간부문 취업과 연계되지 않아 공무원 시험준비 경험이 취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극소수가 아니라면 공시보다 취업에 도전하는 게 낫다는 분석이다.

직능원 관계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학점 등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어 취업 경쟁력이 더욱 떨어진다"며 "합격 가능성을 고려한 취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