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과 노동 시장을 제대로 연계하기 위해 대학 입학사정관제와 비슷한 '입사사정관제'를 기업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배용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화여대 총장),김차동 교육과학기술부 인재정책실장,권대봉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은 '취업연계 대학교육 시급하다'를 주제로 가진 전문가 좌담에서 '입사사정관제'를 통해 대학과 기업이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 교육과 실제업무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또 점수 위주로 이뤄지는 신입생 신입사원 선발과 채용을 역량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대졸 신입사원의 능력이 기업 요구 수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권대봉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9년 세계경쟁력 평가에서 한국 대학 교육 경쟁력은 55개국 중 51위였다. 이는 지속적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학력 수준과 업무 수준의 괴리도 크다. 일에 비해 학력이 높은 과잉학력자 비율이 전체 근로자의 24%에 달한다. 유럽 국가 평균 9%보다 훨씬 높다. 하향 취업으로 개인은 물론 사회에도 큰 부담이 된다.

▼이배용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대학 교육과 기업 인재상 사이의 괴리는 두 집단의 목표 차가 존재하는 한 불가피하다. 대학 교육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고려해야 하고,기업도 채용 때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상을 감안해야 한다. 올해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확대로 대학이 고등학교와 긴밀하게 연계한 것처럼 기업도 '입사사정관제'를 통해 대학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 대학과 기업이 가까워져야 문제점을 공유할 수 있고,그러면 해법도 나온다.

▼김차동 교육과학기술부 인재정책실장=대학 교육과 기업 수요 사이의 격차는 인프라 부족에서 비롯된다. 이공계열 실험실과 강의실에 기자재 등이 부족해 실험 실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회=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어서면서 과잉학력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이 회장=우리나라는 인재 육성에 힘입어 짧은 시간에 큰 경제적 성과를 이뤄냈다. 인재 육성의 자양분은 높은 교육열이다. 대학 진학률을 제한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졸자 취업난 때문에 대학 진학을 막는 것도 잘못된 접근 방식이다. 교육열이 왜곡되지 않게 보장해야 한다.

▼김 실장=학령 인구가 줄고 있다. 대학 스스로 특화 전략을 구사하고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로부터 선택받기 점점 힘들어진다. 통폐합을 선택한 대학에 대해선 퇴로 마련도 중요하다.

▼사회=기업 채용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회장=신입사원 선발이 학점,어학점수 등 스펙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이제는 창의성 성실성 인내심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채용해야 한다. 매년 2학기 한꺼번에 열리는 채용설명회도 상시 운영해야 한다. 대학생들이 산업체를 직접 탐방해 보는 프로그램을 지원해주는 것도 좋다.

▼권 원장=대학이든 기업이든 사람을 뽑을 땐 역량 중심으로 면접을 봐야 한다. 선진국에선 채용 분야에 따라 필요한 역량을 함께 공고하고 지원자가 역량을 갖췄는지 검증한다. 우리는 일부 경쟁력 있는 학과의 전공자,외국어능력시험 일정 점수 이상자 등 몇 개 기준만 가지고 쉽게 채용한다. 기업도 채용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사회=현장 실습을 꺼리는 교수들도 많은데.

▼권 원장=대학 정체성에 따라 교수도 달라져야 한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분야에서는 실무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교수로 임용해야 한다. 우리 대학들은 특정 분야 교수 한 명만 있어도 앞다퉈 석 · 박사 과정을 만들어 대학원 거품을 키웠다. 선진국의 경우 대학 내에 웬만한 기업연구소가 같이 있다. 대학 캠퍼스 자체가 산학 협력의 장이 돼야 한다.

▼이 회장=그동안 각 대학은 교수 평가 때 연구 업적에 가장 큰 무게를 뒀다. 그로 인해 교수들은 학생 교육과 진로 지도에 쓰는 시간을 줄이게 됐다. 잘 가르치는 교수,학생과 많은 시간을 함께한 교수,학생의 진로 결정에 도움을 줘 취업에 힘이 된 교수 등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김 실장=대학도 특화된 전략을 구사하지 않으면 도태될 상황이다. 교육 중심인지,연구 중심인지 대학도 선택해야 한다. 석사 이상 학위를 주는 대학이 일본은 50%가 안 되는데 우리는 70%가 넘는다.

▼사회=실용 교육만 강조하다보면 '문사철'이라 불리는 기본 학문이 소외될 수도 있는데.

▼권 원장=직업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문사철이다. 기본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채 기술 교육만 받아선 온전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기 힘들다.

▼이 회장=사람이 능력을 발휘하는 데는 포괄적이고 기본적인 소양이 필요하다. 그걸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문사철이다. 좋은 인재를 배출하려면 교양과 전공을 균형 있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 대학은 단순한 학위 공장,기술 양성소가 아님을 기업도 알아야 한다.

▼사회=성균관대 반도체학과처럼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맞춤형 인재를 키우는 '계약학과'가 늘고 있다.

▼이 회장=대학들이 산업계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기업과 대학이 교과과정부터 협력하면 학생들은 대학에서 이론을 배우고 현장에서 실습을 통해 실무를 익힐 수 있다. 기업들은 이렇게 다양한 교육을 받은 인재를 뽑겠다고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김 실장=대학은 앞으로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식 교육으로 나가야 한다. 캡스톤 디자인은 학생이 실제 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학부과정에서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책을 기획,설계토록 하는 것이다. 산업 현장 수요에 적합한 창의적 인재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회=대학과 기업의 협력 방안으로 평생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이 회장=나부터도 더 배우고 싶고 그래서 현재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아 배우고 있다. 평생교육은 진로를 잘 찾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기업도 대학의 평생교육 기능을 지원해야 한다. 대학들도 고등학교만 졸업했으면 취업 후 원할 때 언제든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평생학습 체제를 갖춰야 한다.

▼권 원장=우리 대학들은 우수한 고교 졸업생을 뽑는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명문대일수록 일터로 나갔던 사람들을 다시 불러서 교육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정리=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