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상 남자인 트랜스젠더(성전환자)를 성폭행했다고 해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0일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트렌스젠더를 성폭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주거침입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2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고 법리 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말 부산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를 흉기로 위협한 뒤 성폭행하고 현금 10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1ㆍ2심은 "피해자는 어릴 때부터 여성으로서 성적 정체성을 갖고 행동해오다 성전환증 확진을 받고 성전환수술을 받았으며, 여성으로서 확고부동한 성적 정체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따라서 형법에서 정한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婦女)'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1996년 유사사건에서 "성염색체가 남성이고 여성과 내외부 성기의 구조가 다르며 여성으로서 생식능력이 없는 만큼 트랜스젠더 피해자를 형법상 `부녀'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