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권 보호와 무관한 정부의 시장개입은 반드시 부작용을 빚는다. 소위 '시장이 복수하는(Market strikes back)' 것이다. 그런데 '시장의 복수'는 정부의 부당한 개입뿐만 아니라 개인들의 과욕도 응징한다.

가격을 정하고 거래를 촉진하는 시장경쟁은 더 비싸게 팔고 더 싸게 사려는 개인행동들로 이뤄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쟁의 결과에 승복하므로 각자의 경제생활은 시장이 이끄는 대로 펼쳐진다. 빌 게이츠는 길바닥의 100달러짜리 지폐를 줍는 대신 그 시간에 일을 하면 더 많은 돈을 번다고 한다. 누구나 그렇게 벌고 싶지만 시장은 게이츠가 하는 일에 대해서만 그 많은 돈을 대가로 지급한다. 시장의 처사가 못마땅해 항의하는 뜻에서 일하기를 거부한다면 그 기간에 한푼도 못벌뿐이다.

더 많은 로열티를 바라고 특허의 면허를 거부하는 '역(逆)공유자산의 비극'도 그 본질은 특허권자의 고집이다. 특허권자는 독점 공급자인 만큼 자신의 고집스러운 과욕이 결국 관철될 것이라고 믿는다. 서로에게 유리한 교환에 참여해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순기능인데,누군가가 지나치게 과욕을 부려 거래를 무산시키면 어느 누구도 이익을 거두지 못하는 결과로 끝나고 만다. 개인의 과욕에 대한 시장의 응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파산지경에 내몰린 어느 자동차회사 노조원들이 정리해고를 거부하고 집단농성을 벌였다. 구체적인 사정이야 어떻든 결국 회사가 현재의 상태로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그 제품이 충분히 팔리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회사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조직을 축소해 경비를 절감하거나 사람들이 더 많이 사도록 품질을 높이라는 것이다. 당장의 품질 혁신이 쉬운 일이 아닌 만큼 회사는 정리해고를 선택했다.

그런데 노조원들은 시장의 뜻을 거부하고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을 요구했다. 어려운 기업마다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경제는 이미 시장경제가 아니다. 기업이 어렵다면 그 까닭은 이 기업의 현재 활동방식을 시장이 더 이상 전처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달라진 사람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옛날식 생산만을 그대로 고수하던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무너졌다. 지난 세기 말 공산권의 대붕괴는 사상 최대 '시장의 복수'였다.

수요 침체로 물건이 안 팔려도 기업들이 생산을 줄일지언정 값 인하를 거부하고,실업이 넘쳐나도 근로자들이 임금인하를 거부하면 가격은 경직화하고 '수요공급의 법칙'은 무력해진다. 파는 사람이 여럿이라도 이들이 어려워진 여건을 무시한 채 그동안 받아오던 대접을 그대로 받겠다고 암묵적으로 담합하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개인 간 암묵적 담합이 경쟁을 무력화하면 그 효과는 정부의 부당한 가격하한 설정과 다를 바 없다. 케인스의 설명대로 공황은 가격경직성 때문에 지속되는데 그 본질은 시장의 뜻을 거스르고 전처럼 계속 높은 값을 받으려는 개인들의 탐욕에 대한 '시장의 복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