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9일 탈세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300억원을 재판부에 서면으로 구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범행을 자백했고, 최근 수술을 받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으며, 탈루 세금을 뒤늦게나마 모두 납부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이같이 구형했다.

박 전 회장의 결심공판은 지난 7월7일 열렸지만 검찰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다른 피고인들의 심리가 남아 있어 선고가 언제 이뤄질지 확실치 않다는 이유로 이례적으로 법정에서 구형하지 않고 서면으로 재판부에 구형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심공판에서 구형하지 않은 것은 형사소송 관례에서 벗어난 것으로, 당시 법조계에서는 박 전 회장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점을 고려해 구형량을 통상의 경우보다 낮춰 할 경우 비판 여론이 일 수 있어 공개되지 않는 서면 구형을 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은 총 290억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게 휴켐스를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0억원을 건넨 혐의(탈세, 뇌물공여)로 작년 12월 구속기소됐다.

또 이후 수사에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택순 전 경찰청장 등에게 모두 합쳐 50억원이 넘는 금품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배임증재)가 드러나 지난 6월 추가 기소됐다.

정 전 회장의 선고 공판은 16일 오후 2시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