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어제 발표한 '2010 기업환경 평가'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순위가 19위로 지난해보다 4계단 상승했다. 이는 세계은행의 기업환경 평가가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좋은 성적표라고 한다. 부문별로는 창업환경이 126위에서 53위로 껑충 뛰어올랐으며,교역환경 또한 12위에서 8위로 상승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최저자본금제 폐지 등 창업절차를 개선하고 수출입 관련제도를 바꾸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을 위한 노력이 마침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평가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들춰보면 우려할 만한 대목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고용 해고 등 노동부문은 조사대상 183개국 가운데 150위로 여전히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고용과 해고 관행에 대한 평가를 비롯 해고 비용,고용 유연성 등 거의 모든 노사관계 평가에서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다. 앞서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우리의 노사관계 항목이 바닥 수준인 것으로 확인된 점을 감안하면 이견이 있을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노사협력 부문은 평가 대상 133개국 가운데 131위를 기록했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불안한 노사관계가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우리가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따라서 노사관계 선진화와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에 노 · 사 · 정이 온힘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속적이고 보다 과감한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을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은 물론이다. 한국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선 노동시장과 금융시장,제도적 요인 등 3대 약점 분야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WEF의 지적을 참고할 만하다. 정부 당국은 퇴직연금법 개정 등을 위한 입법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고용 해고 재산권 등록 등 취약분야의 문제점 해결을 위한 과제를 계속 발굴해 나가야 한다. 구호만으로는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