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동조합이 8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한 것은 이 회사가 법정관리 체제를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쌍용차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쌍용차는 이날 노조가 참가자 73.1%의 찬성으로 민주노총 탈퇴안을 가결시킨 데 대해 공식적인 논평을 하지 않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서는 쌍용차 노조가 완성차 업계 최초로 독립노조의 길을 택한 점이 법정관리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쌍용차의 회생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쌍용차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반발한 노조의 공장 점거파업이 77일간 지속되면서 1만5천대 가까운 생산차질과 3천16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상태이다.

이 때문에 쌍용차의 판매 여건이 조기에 개선되지 못할 경우 이 회사가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유력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쌍용차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시기는 오는 15일.
지난달부터 생산이 재개됐고 영업일 기준으로는 8일 만에 판매량이 2천대를 넘어설 정도로 판매실적도 발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언제 다시 노사갈등이 재발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경영진이 운휴자산 등을 매각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회생절차 자체가 빚을 줄이거나 변제기한을 연장하는 것이 기본 속성인 만큼 채권단은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을 가급적 보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쌍용차가 회생의 기회를 얻으려면 채권단이 일정 정도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 회사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점은 채권단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파업에서 쌍용차 노조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외곽지원' 속에 회사 측과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며 공장 가동을 중단했지만 이날 민노총 탈퇴 결정으로 강경 일변도의 투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채권단에 심어줬다는 것이다.

법정관리 절차의 폐지와 유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채권단이 노무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덜고 쌍용차에게 회생의 기회를 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이다.

쌍용차 노조가 임금협상 등과 관련해 상급단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회사와 논의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점도 경영상황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노조가 회사가 처한 상황보다는 상급단체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사측과 협상이 소모적인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줄어드는 대신 회사의 경영조건에 맞춘 자율적 협상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노조가 회사와 무관한 상급단체 행사에 동참하면서 발생하는 생산차질이나 조합원들이 정기적으로 민주노총에 납부해 온 회비 부담 등이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회사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쌍용차 노조가 독자노조로 거듭난 것은 채권단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줄 뿐 아니라 외국 투자자들도 반길 만한 사안"이라며 "파업 장기화라는 진통을 겪은 뒤 나온 결정이지만 회사가 처한 사정에 맞게 노사관계를 재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