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LCD(액정표시장치) 생산업체 B사는 지난해 공장 신설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제품 수요가 늘어나 공장을 추가로 설립해야 했지만 수도권에 공장 신설을 허용하지 않는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 문제는 정부가 최근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B사는 올해 5000억원가량을 생산라인 증설에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가 마무리되면 3000여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다.

수도권에 위치한 기업들의 공장 신 · 증설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8일 내놓은 '수도권 규제 완화의 공장설립 투자 효과와 보완과제' 보고서를 통해 규제 완화 조치 후 수도권 소재 41개 기업이 3조4430억원 상당의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고용유발 효과는 1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수도권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300개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146개 응답 기업 가운데 41개(28.1%)가 공장 설립과 관련한 투자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전경련은 공장 신 · 증설 의사를 밝힌 수도권 기업들의 숫자와 투자 규모가 정부가 지난해 11월 초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보다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투자 의향이 있는 기업의 숫자는 2.3배,투자액은 16.8% 늘어났다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 공장을 추가로 세울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던 중견기업들이 올 들어 투자계획을 잇따라 확정하고 있다"며 "경제 여건이 더 나아지면 수도권 기업들의 공장 설립 투자가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초 수도권 소재 산업단지 내에서 규모와 업종에 관계없이 공장 설립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과 산업집적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전까지는 산업단지가 과밀억제권역이나 성장관리권역에 있을 경우 입주 기업들의 공장 신 · 증설을 엄격히 제한했다.

전경련은 수도권 규제를 추가로 완화할 경우 공장 신 · 증설과 관련된 투자가 10조845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자연보전권역에 공장 신 · 증설을 금지하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는 게 전경련 측 설명이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자연보전권역 규제를 정비,공장 설립이 가능해지면 중장기적으로 9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경련은 자연보전권역에 대한 규제 정비를 올해 말까지 완료하고,국토계획법 시행일 이전에 만든 공장에만 적용하는 연접개발제한 규제 유예 조치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줄 것 등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