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특유의 애니메이션 왕국 만들어야죠"
"지금도 세계 애니메이션의 최고는 월트디즈니이고 풀(Full) CG 애니메이션의 중심은 픽사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할리우드가 애니메이션 왕국을 구축해 왔다면 이제는 아시아만의 애니메이션 왕국을 만들어볼 때입니다. "

제작비 15억~20억엔(약 200억~260억원)이 드는 대작 한 · 일 합작 애니메이션 '폴,엄마가 간다!(가제)' 감독을 맡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린 다로 감독(68)은 "할리우드와 비교하는 한 우리(아시아)가 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아예 더이상 비교를 하고 싶지도 않다"면서 "할리우드 타도라는 목표 아래 아시아 취향이 반영된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결의를 불태웠다.

그는 8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대한민국 콘텐츠페어 2009' 참석을 위해 내한했다. 린 감독은 신비로운 여인 메텔과 철이의 우주여행기를 다룬 '은하철도 999' 및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메트로폴리스' 등 일본의 간판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으며,최초의 일본산 TV 애니메이션 '철완 아톰 우주의 용사' 제작에 데즈카 오사무와 함께 참여하는 등 일본이 '만화 왕국'이 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감독을 맡게 된 '폴,엄마가 간다!'는 미국과 유럽 시장을 겨냥한 블록버스터로 '아시아판 해리 포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양 신화 속으로 빨려들어간 어린 아들을 구출하려는 백인 엄마의 모험이 줄거리다.

그는 "오늘날 일본 애니메이션의 성공은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열정과 노력 덕분"이라며 "아무리 많은 돈과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정열과 아이디어가 없다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풀 CG나 입체 애니메이션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예술가가 기술의 세계에 빨려들어가 기술에만 좌우되면 끝장"이라고 경고했다. "뛰어난 기술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만났을 때 뛰어난 작품이 나오게 마련"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