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경기북부지역에서 100명이 넘는 부녀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속칭 '경기북부 발바리' 차모(39)씨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002년 결혼해 아내와 7살 된 딸을 두고 11살 된 조카도 맡아 키우는 차씨는 자녀에게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겉으로는 한 가정의 부끄럽지 않은 가장이었다.

경찰이 지난 4일 오전 8시께 주거지 지하주차장에서 검거할 때도 차씨는 딸을 유치원에 데려주기 위해 집을 나서는 중이었다.

차씨는 결혼 전부터 최근까지 10년 넘게 개인용달 일을 하며 1t포터 차량을 운행했고 경기도 양주에서 20평대 아파트에 사는 등 경제적으로도 별 어려움이 없었다.

두 차례 절도 전과를 비롯해 도로교통법.향군법 등 5건의 전과가 있긴 하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건실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혼자 사는 여성 골라 = 경찰이 밝힌 차씨의 범행 동기는 단순했다.

차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엔 돈을 훔치려고 여자들만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가 신고를 못하도록 성폭행했고 나중엔 습관적으로 하게 됐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차씨는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쓴 뒤 범행을 저질렀으며 현장에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범행 후 물청소를 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또 범행 당일에는 범행 현장 주변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고 범행 후 신고를 못하도록 피해 여성의 휴대전화를 빼앗기도 했다.

범행은 주로 심야(자정~오전 4시)에 이뤄졌으나 대낮이나 아침에도 문단속이 허술한 원룸 등에 가스배관을 타고 들어가거나 방범창 등을 뜯고 들어가 부녀자를 성폭행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차씨는 자신의 거주지가 있는 양주 등 평소 지리를 잘 알고 있는 경기북부의 원룸 밀집지역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가 주로 여성 혼자 집에 들어가는 것을 뒤따라가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집에 침입해 친자매를 동시에 성폭행하고 피해 여성이 마음에 들면 몇 달이 지난 뒤 다시 찾아가 성폭행한 적도 있다.

심지어 피해자 집에 피해 여성이 남자와 함께 있는 경우에는 이 남자의 손발을 묶고 이불 등으로 뒤집어 씌운 뒤 여성을 성폭행하는 변태적 성욕을 보이기도 했다.

차씨는 성폭행에 앞서 피해자 집에서 앨범과 수첩 등을 찾아 피해 여성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흉기로 위협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후에는 "고향이 어딘지는 물론이고 직업과 직장도 다 안다"라거나 "방금 남자친구 나갔지"라고 말하며 피해 여성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위장해 신고를 못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수사로 꼬리 잡아 = 경찰은 경기북부에서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자 2007년 초 관할 경찰서의 형사들을 차출해 경기지방경찰청 2청 광역수사대에 수사전담팀을 꾸렸다.

경기북부지역에서 발생한 부녀자 성폭행 사건은 2000년 3건을 시작으로 2001년 7건, 2006년 23건으로 급증했고 2007년 11건, 2008년 10건, 올해 1건이 발생했다.

전담팀은 범행 현장에서 동일인으로 파악된 범인의 DNA 27건을 확보하고 발생 지역의 이동통신사 기지국 자료 20만건을 발췌해 분석하는 한편 동종 전과자에 대한 탐문을 병행했다.

차씨는 병무청 신체검사 기록표에 등록된 혈액형(O형)이 범행 현장에서 범인이 남긴 혈액형(A형)과 달라 수사 초기 용의선상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경찰은 성폭행범에게 빼앗긴 피해 여성의 휴대전화로 유료 음란전화가 걸린 사실을 최근 확인하고 통신수사를 통해 사건 발생지역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35명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이들을 상대로 한 사건발생 전후 행적 조사에서 차씨가 범행 당일은 아니지만 사건 발생지역을 자주 다닌 사실을 밝혀내고 DNA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범인의 것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덜미를 잡았다.

경찰은 차씨가 200여 차례 성폭행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수사 결과 드러난 것 이외에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이 혼자 집에 들어가는 순간 뒤따라가 범행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낯선 사람이 집 주변을 배회하는 경우에는 바로 들어가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수원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