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회 사이에 대법원 상고사건의 적체를 해소하는 방안을 놓고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변호사회는 대법관 숫자를 대폭 증원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부산지방변호사회를 비롯한 지방변호사회는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이다. 고법 상고부 설치안은 상고심 가운데 가벼운 사건은 고법 상고부가 맡고,대법원은 중요 사건의 상고심을 맡는 상고심 법원 이원화 방안이다.

부산지방변호사회 등 전국 10여개 지방변호사회는 최근 고법 상고부 설치 관련 성명서를 내고 관련 법의 국회 통과를 강력히 촉구했다. 현재 일부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상고심 또는 재항고심인 고등법원 설치 관련 법률안'을 발의해 이 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앞서 17대 국회에서는 이와 유사한 '고법 상고부 설치 관련 법률안'이 입법 과정에서 논쟁 끝에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었다. 부산변호사회 등은 "상고사건의 폭주로 기능이 마비되다시피 한 대법원의 위상을 회복하고 불합리한 심리불속행(재판 없는 상고기각)제 폐지를 위해 고법 상고부는 필요하다"면서 "상고제도 개선은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절박한 단계이며 지역민의 소송편의와 비용절감,사법의 지방분권화 실현을 위해서도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대법원 상고사건은 3만4137건으로 대법관 1인이 한 해 평균 2600여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건 적체가 심하다.

그러나 상급단체인 대한변협과 회원수가 가장 많은 서울변호사회의 주장은 다르다. 대한변협 측은 "상고부를 운영할 경우 법률해석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힘들고 이는 대법원과 사법제도의 권위와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며 "대법원 사건적체 문제는 대법관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평우 대한변협 회장은 최근 "현행 대법관 수를 13명에서 50명으로 늘리고 대법원을 민사 형사 행정 특허 등 전문부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