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로 불리며 경제사건 수사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금조부)가 물갈이를 끝내고 본격 재가동에 들어갔다. 경제사건의 사회적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는데다 새로 짜여진 수사팀 진용도 다른 어느 때보다 막강한 것으로 평가돼 향후 금조부의 수사행보에 검찰 내부는 물론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엘리트 검사 '집합소'로 부각

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31일 검사 정기인사에서 금조1,2,3부 평검사 총 12명 가운데 8명을 재배치했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전보대상 검사 110명 가운데 26명이 금조부에 지망,엘리트 중에서도 엘리트를 추려냈다는 것이 중앙지검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중간간부급 인사에서는 금조1,2,3부장이 모두 물갈이됐고 부부장검사 1명도 교체됐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전현준 금조1부장은 올해 형사6부장으로 재직하면서 'PD수첩' 수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진경준 금조2부장은 평검사 시절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2년간 파견근무했으며,2004년 '금융 프라이버시권' 논문으로 서울대 법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경제통'이다.

또 영화배우 유오성씨의 친형인 유상범 금조3부장은 대전지검 부장검사 시절 양현수 충남대 전 총장의 뇌물수수와 외국 대학 허위 학력으로 임관한 군장교 사건 수사로 두각을 나타냈다. 윤종성 금조1부 부부장검사는 서울 북부지검 재직 당시 샤넬,루이비통 가방 등 위조상품 50억원어치를 밀수출하려던 일당을 적발하는 등의 공로로 검찰총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평검사 가운데는 김효겸 관악구청장 뇌물사건의 공판을 맡아 김 구청장의 위증을 밝혀낸 김남순 검사와 전현준 부장 휘하에서 PD수첩 사건을 수사했던 송경호 검사 등이 배치됐다.

"증권가 '선수들',금조부 안 가본 사람 없어"

금조부는 2003년 4월 중앙지검 형사9부가 금융조사부로 문패를 바꿔 달면서 탄생했다. 최근까지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하다 검찰을 떠난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형사9부장에 이어 초대 금조부장을 맡았다. 그는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해 주목받았다. 검찰은 경제사건이 급증하자 2006년에는 조세포탈 사건을 주로 맡는 금조2부(초대부장 한견표)를 신설했다. 금조2부는 대기업 금거래 담당자와 금괴 도매업자의 변칙 거래에 따른 2조원대 조세 포탈을 밝혀내는 등의 성과를 냈다. 지난 1월에는 금조3부(초대부장 박진만)가 신설돼 현재는 이들 3개 부가 금융,증권,조세사건을 함께 다루고 있다. 다만 1부는 조세사건은 손대지 않고 있다.

금조부가 확대되면서 재계 · 증권가에서는 '저승사자'로 통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금조부로 인해 (주가조작을 하는) 선수들의 행동반경이 확 줄었다"며 "지난해부터 금조부 조사실에 불려가지 않은 선수들을 찾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배임 너무 폭넓어?b수사기간 단축해야"

재계에서는 그러나 금조부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무엇보다 배임을 너무 폭넓게 적용해 수사를 벌인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배임을 무리하게 적용하다 보면 기업가들이 결과가 불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않게 되는 등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배임과 관련해서는 법원에서의 무죄판결이 늘어나는 추세다. 금조2부는 지난해 6월부터 교직원공제회를 상대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김평수 전 교원공제회 이사장을 기소했지만,법원은 최근 주식투자와 실버타운 추진 과정의 배임 혐의 등 김 전 이사장에게 적용된 핵심 혐의 대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실버타운 시공업체 등으로부터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기업수사가 보다 신속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의 범죄 적발에서 처벌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그동안 기업은 진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수사기간을 단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지적과 관련해 금조부는 경제활동 위축을 최소화하면서 기업들의 '환부'를 도려낸다는 방침이다.

진경준 금조2부장은 "공정한 시장거래 질서를 해치는 것은 엄하게 처벌하겠지만 경영상 사심 없는 판단을 배임으로 수사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상범 금조3부장은 "부정적인 허위공시를 내고 주가를 내렸다가 주식을 산 후 나중에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 가격을 띄우는 기업들이 있다"며 "이들 기업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임도원/조진형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