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못다 이룬 해양대국의 꿈을 꼭 이루겠습니다. "

세계 4위권의 구명정 전문회사인 현대라이프보트 진양곤 회장(44 · 사진)은 "세계 1위 조선강국에 부합하는 복합 마리나 컴퍼니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조선 등 초대형 선박에 의무적으로 비치되는 구명정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만드는 현대라이프보트는 1975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설립한 경일요트를 모태로 하고 있다. 2000년 초까지도 현대정공에서 당시 정몽구 사장 지휘하에 요트 건조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기술과 인프라 부족으로 사업을 이어가지 못한 회사 직원들은 결국 요트 국산화의 꿈을 접고 현대정공에서 독립해 국내 유일의 구명정 전문업체로 변신했다.

그동안은 컨테이너선용 구명정을 주로 생산해왔는데 올 들어 크루즈선 전용으로,150명까지 탑승 가능한 구명정 개발에 나섰다.

크루즈선 한 척당 평균 20척의 구명정이 들어가는 데다 구명정 한 대 가격이 일반 구명정의 3배가 넘는 2억4000여만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미 아파트 10층 높이인 30m 이상 구조물에서 투하하는 낙하충격실험 등 200여가지 실험을 거쳐 안전성을 확보했다.

거센 파도는 물론 영하 45도의 혹한기에도 시동이 걸리는 엔진 개발에도 성공했다. 진 회장은 "구명정 회사가 구명정 선박엔진을 자체 개발해 상용화하기는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대라이프보트는 올해만 구명정용 국산화 엔진 500대(25억원 규모)를 해외시장에 수출한다. 내년에는 2000여대 115억원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진 회장은 지난달 초 이 엔진을 장착한 12인승 규모 리버 크루즈를 인천 송도의 중앙공원 앞 인공수로에 띄워 '인천 세계도시축전' 관광객들을 위해 운항하고 있다. 지난해 자회사로 현대요트를 설립한 진 회장은 올 들어 선수용 세일링 요트를 최초로 국산화한 데 이어 42피트급 럭셔리 요트도 올해 중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라이프보트는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와 손잡고 해양복합 신소재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선박 배관용 GRE파이프가 대표적이다. 진 회장은 "배관 파이프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 때문에 국내 조선사들이 외국 업체로부터 수요와 관계없이 2~3년치 물량을 한꺼번에 발주해야 한다"며 "배관 부식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선박 경량화에 필수적인 핵심 신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이들 핵심 사업이 본격 상용화하는 2010년을 새로운 도약의 터닝포인트로 보고 있다. 구명정과 진수장치(DAVIT)에서 620억원,GRE 파이프 250억원,엔진 115억원 등 매출액 1000억원에 순이익100억원 달성이 목표다. 진 회장은 "이 때쯤이면 구명정에 이어 럭셔리 요트,선박 배관 소재까지 현대라이프보트 브랜드가 부착된 국산제품이 해외시장에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