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숲을 지키는 파수꾼의 미소’ 미담 사례집 발간

“‘오늘 밤 불을 끄지 못하면 저 산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 라며 내 머릿속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산불이 난 곳에서 30m 정도만 내려오면 바로 민가가 밀집한 곳이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일단 산불현장으로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가까이서 보는 산불현장은 참혹했다. 온통 붉은 빛으로 산을 집어 삼키고 있는 화마의 기세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이는 산림청 SKY산불기동대원이 지난 봄 경주 산불현장에서 산불진화 경험을 회고한 글이다.

올 봄 전국적으로 수많은 산불이 발생해 국민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던 가운데 산림청(청장 정광수)이 지난 봄 전국 산불현장에서 산림청 산불진화대원, 산림공무원 등 산불지킴이들의 땀과 애환, 그리고 이들이 전하는 생생하고 감동적인 산불현장 경험담을 ‘숲을 지키는 파수꾼의 미소’ 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간해 관심을 끌고 있다.

250쪽 분량의 이 책에는 푸르고 울창한 숲을 산불로부터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바친 산불담당 공무원과 그 가족, 산불감시원,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등의 애환과 고통, 가족에 대한 사랑, 산불방지에 대한 사명감 등 산불지킴이가 직접 겪은 사례와 고된 일상의 나날이 여과 없이 정리돼 있다. ‘잃어버린 3계절’, ‘비 오는 날을 꿈꾸는 가족’ 등 작품 제목에서 느껴지듯 산불방지를 위해 휴일도 없이 비상근무를 하는 모습은 일반 국민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산림청은 책자 발간에 앞서 지난달 27일 문인 등 외부 심사위원을 구성해 투고된 50편의 작품을 심사하고 산림자원의 소중함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하고 작품의 진정성과 구체성, 문장력 등이 뛰어난 작품 10편을 우수작으로 선정 발표했다.

심사결과 최우수작에는 지난 4월 스카이 산불기동대로 활동하며 천년의 고도 경주의 산림과 역사를 지키기 위해 밤샘 진화를 하며 역사의 현장이 잿더미로 변하는 아픔과 애환을 담은 남한순(강릉산림항공관리소)씨의 ‘천년세월 신라의 흔적이 잿더미로’가 선정됐다.

우수작은 일선 국유림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며 조상의 제사에 참석치 못해 아들에게 휴대전화를 통해 제사방법을 알려주며 제사를 모시는 효성을 담은 ‘휴대폰으로 제사모시기’(전 정선국유림관리소장 강신원), 산불진화 헬기 착륙장을 제공한 군부대에 고마움을 전하는 ‘당신의 배려에 깊이 감사 드립니다’ 등 신선한 소재가 담겨있는 작품 등이 뽑혔다.

산림청은 이번 간행된 산불방지 미담 사례집을 지방자치단체 지방산림청 등 소속기관, 산불진화 유관부처, 산하단체 등에 배포해 산불방지의 중요성과 국민의 산불조심 의식을 널리 확산시킬 계획이다. 또 앞으로 임업인 등이 산불방지 활동 등 숲에 쏟아 붓는 열정을 매년 발굴, 사례집을 통해 지속적으로 일반국민들에게 홍보 추진할 예정이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