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왜 이리 미술에 관심을 가질까 궁금하시죠?"

국내 최대 미술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2009'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성낙 가천의대 명예총장(71)은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선수를 쳤다. 그러잖아도 가장 먼저 던지고 싶은 질문이었다.

이 위원장은 "의사는 건강을 전하는 행복 전도사이고,의료사업은 삶의 행복을 파는 일"이라며 "감성이 들어가지 않은 의료 서비스는 이제 승산이 없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KIAF 조직위원장에 의사 출신이 기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올해로 8회째를 맞는 KIAF는 한국 독일 일본 등 16개국 168개 화랑이 참여해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도양홀에서 국내외 작가 1200여명의 작품 4600여점을 전시 판매하는 미술 박람회다. 이 위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미술과 의료 서비스를 접목하는 마케팅에 역점을 둘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 뮌헨대 의대를 졸업하고 국내에서는 드물게 독일 피부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의대 교수자격(Habilitation)까지 획득했다. 1975년 귀국 후 연세대 기획조정실장,아주대 부총장,가천의과대학 총장 등을 역임했다. "좋은 의사가 되려면 심성이 차분해져야겠구나 싶어 미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

실제 예술적 감각이 있어야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이 위원장의 철학이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독일 유학시절에도 틈만 나면 미술관을 찾아 그림을 감상했고,틈틈이 화랑가를 찾아 다니면서 안목도 키웠다.

그는 특히 의대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미술 음악 등 예술활동을 통한 의사의 인성교육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아주대에서 근무할 때는 국내 처음으로 '의학과 예술'이란 강의를 개설했다. 또 국내 탈춤과 그림에서 각종 피부병을 관찰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해 의학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의술이란 기능을 넘어 환자에게 삶의 의지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문화와 접목한 의료 서비스는 새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감성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기능적인 치료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감성 치료와 같은 차별화한 의료 기술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

의사도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이 위원장은 "KIAF가 국내 잔치에 머무르면 안 된다"며 "유망한 젊은 작가들을 외국에 소개하고,병원 공간이나 의료기관에 더 많은 미술품이 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