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학생들의 시끌벅적한 소리로 가득찼지만 신종플루로 인한 불안감은 여전했다.

3일 서울 경일고는 지난달 27일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이 생겨 시작한 휴업을 일주일 만에 마치고 등교를 재개했다.

40여명의 교사가 건물 입구 4곳에서 전 학년 학생 1천47명을 대상으로 체온검사를 했다.

학교 측은 등교 경로까지 지정해 검사에 빠지는 학생이 없도록 하고 체온을 잴 때마다 체온계를 소독 솜으로 닦는 등 불안감을 씻어내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6시50분께가 되자 이날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계획된 3학년 학생들의 모습이 먼저 보이기 시작했다.

검사를 기다리던 학생들은 낯선 상황에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3학년생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수능 준비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했다.

윤수미(19)양은 "고3은 신종플루 걸리면 끝이란 생각에 불안하다"며 "환자가 생겼을 때 친구들끼리 조금 서먹하기도 했는데 학교에서 다시 만나니 기분 좋다"고 전했다.

민건희(19)군도 검사 결과에 안도하면서도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학교를 쉬어 야간학습도 못 하고 초조했다.

뉴스에서나 보던 일을 직접 경험하게 돼 긴장된다"고 말했다.

2학년 윤지현(18)양은 "학교도 당황했는지 자세한 정보를 주지 않아 학생들의 걱정을 더한 측면도 있는데 이렇게 검사하는 것을 보니 안심된다"고 말했다.

쌀쌀한 날씨에 체온을 검사하던 교사들도 학생들이 밀려들자 땀을 흘리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혹시나 또 감염 학생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과 함께 학생들에 대한 걱정도 표정에서 읽혔다.

일찍부터 온도를 재던 3학년 부장 박재현(51) 교사는 "어려운 일은 아니나 낯설고 정신없다"며 "학생들이 더이상 감염되지 않고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건담당 최경옥(51.여) 교사도 "신종플루 환자가 나왔을 때 많이 놀랐다.

학생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8시30분께 등교가 늦은 일부 학생을 제외하고 검사는 거의 마무리됐다.

검사 결과 체온이 37.8도 이하인 학생들은 교실에서 수업을 준비했고, 학교 측은 조회시간에 반별로 교사들이 모든 학생의 손에 직접 소독제를 뿌려줬다.

학교 측은 휴업 전 확진 판정을 받았던 학생 3명이 모두 완치된 것으로 판단해 입실시켰으며 검사 결과 감기 증세가 있거나 체온이 높은 학생 3명을 일단 집이나 병원으로 가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경일고는 휴업 기간 발병한 2명의 학생은 아직 등교를 제한하고 있다.

신병찬 교장은 "정상 수업이 이뤄지지 못해 학부모, 학생에게 미안하다"며 "청결에 힘써 학생들이 아프지 않도록 노력할 테니 가정에서도 주의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