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신종플루 대유행 대비 혈액수급책 긴급 논의

신종플루가 확산하면서 헌혈이 줄어든 탓에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2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와 서울 시내 혈액원에 따르면 최근 개학한 각급 학교에서 단체헌혈 행사를 잇달아 취소하고 있으며, 개인들도 가벼운 감기 증상만 보여도 부적격자로 분류돼 헌혈자 수가 크게 줄고 있다.

혈액관리본부가 집계한 7월과 8월의 헌혈자 수는 각각 22만712명과 20만8천83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만여명씩 늘어났다.

이는 헌혈의 집을 통한 개인 헌혈이 지난해보다 25% 가량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각급 학교의 신학기가 시작된 이달 들어서 단체헌혈이 줄줄이 취소돼 헌혈이 감소세로 반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서울 동부혈액원 관내에서는 5개 고등학교가 단체헌혈을 할 예정이었으나 신종플루 우려 때문에 최근 헌혈을 취소했으며 군부대나 기업들도 헌혈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혈액원 관계자는 "단체행사를 하지 말라고 하니 학교에서 헌혈마저 취소하고 있다.

우리 혈액원은 단체 헌혈 비중이 70%를 차지하는데 군부대도 못 들어가고 있다.

더 확산하면 일선 병원에서 혈액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개인 헌혈자도 감소해 남부혈액원은 "단체 헌혈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신종플루 때문에 목감기만 걸렸다고 해도 헌혈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최근 20% 정도 헌혈자 수가 줄어든 것 같다"라고 전했다.

혈액관리본부는 가을철로 접어들면서 일교차가 심해지면 신종플루가 더욱 확산하면서 혈액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이 본부는 전국의 각 혈액원에 공문을 보내 몇 개 학교나 단체가 헌혈을 취소했는지 파악할 것을 지시했으며, 오는 9일에는 혈액원 담당자를 모아 신종플루 대유행 시 혈액 수급 대책 마련을 위한 워크숍을 열 예정이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1천만명이 감염된다는 전망이 나와 학교 등의 단체헌혈이 급감하고 개인 헌혈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예전에는 혈액 보관기한에 따른 폐기 문제를 걱정했는데 지금은 재고를 더 늘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혈액 부족 사태가 우려되자 서울 서초구는 2일 청사 로비에서 `사랑의 헌혈 릴레이' 행사를 하기로 했다.

박상영 구 총무과장은 "신종플루가 가을에 더 확산해 혈액 수급이 곤란해질 것을 대비해 봉사와 의무 차원에서 대규모 헌혈행사를 하게 됐다.

헌혈자들에게 헌혈증서를 기부받아 백혈병이나 소아암, 혈액암 환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전성훈 기자 hwangch@yna.co.kr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