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가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신종플루 감염을 우려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데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대형 축제와 국내외 행사들을 줄줄이 취소해 가을철 이벤트 특수마저 실종될 위기다. 지역 행사를 준비해온 지자체와 지역업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축제ㆍ행사취소…지역경제 신종플루 '유탄'
◆가을축제 · 국제행사 줄줄이 취소

지역축제는 지자체들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온 이벤트다. 9~10월 중 참석인원 1000명 이상인 대규모 행사 460건을 기획한 경기도의 경우 행사 대부분이 유동적이다.

안성시는 이달 22~27일 열기로 한 '남사당바우덕이축제'와 안성마춤포도축제(9월11~20일)를 취소했다. 지난해 행사에서 4㎏들이 포도를 하루 300~400상자 판매했으나 이번 축제 취소로 농가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울산시는 세계옹기문화엑스포(10월9~31일)를 앞두고 입장권이 제대로 팔리지 않는 등 관람객 유치에 초비상이 걸렸다. 조직위가 지난달 1일부터 인터넷과 전화로 사전판매에 들어갔으나 지금까지 판매된 입장권은 21만5000여장. 개막일 이전에 판매해야 하는 60만장의 36.7%에 그치고 있다.

전남 신안군도 오는 12~13일 국내 대표적 해양 휴양지인 흑산도에서 열기로 했던 '제3회 흑산 홍어축제'를 취소했다. 홍어 축제준비위원회는 1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현지에서 수억원을 쓸 것으로 기대했으나 물거품이 됐다.

전남도의 경우 매년 증가세를 보이던 해수욕장 관광객이 신종플루 때문에 올해 처음으로 지난해의 80%에 불과한 100만명에 그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보성 율포해수욕장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춘자씨(46)는 "올해는 일찌감치 횟감 등을 작년의 두 배가량 확보했는데 매출이 예년의 절반가량 뚝 떨어지는 바람에 이제는 재고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충북 충주에서도 국제행사가 잇따라 취소됐다. 세계택견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류인모)는 오는 26일부터 27일까지 호암동 다목적 체육관에서 열기로 했던 '제2회 세계택견 대회'를 취소하기로 했다.

◆"사람 몰리는 데 가기 겁나"

광주시내 사설유치원에서는 원아들이 크게 줄어 관계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남구 봉선동의 A어린이집에서는 신종플루 확산 공포로 20여명의 원아 중 7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학부모 김명자씨(31)는 "안전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 끝에 당분간 아이를 친정집에 맡기기로 결정했다"며 "신종플루에 대한 우려가 사라질 때까지는 불편하더라도 아이를 집에서 돌볼 작정"이라고 밝혔다.

백화점의 문화교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B백화점 문화강좌 중 특히 아동대상의 강좌는 수강취소사태가 벌어지면서 벌써 2~3개의 강좌가 폐지됐다. 서울도 마찬가지.용산구 드래곤스파 찜질방 관계자는 "신종플루로 인해 이용객이 감소해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성북구 개운산스포츠센터를 이용해온 안소현씨(24)는 "수영장에선 많은 사람들과 물 속에 함께 있다는 생각에 감염 위험이 더 높을 것 같아 이번 달부턴 당분간 이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 출퇴근도 크게 늘고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신종플루에 감염될까 우려한 나머지 자가용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강행도

9월11~13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 예정인 경기디자인페스티벌의 경우 예정대로 진행된다. 경기도는 열적외선 감지기와 소독기 등을 갖춰놓고 만에 하나 환자가 발생할 경우 격리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4억여원의 비용이 들어간 이상 행사취소는 불가하다는 것. 서울시 역시 눈치만 보고 있다. 서울디자인올림픽 이수연 추진반장은 "디자인올림픽(10월9~29일)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그때 상황을 봐서 결정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지켜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서울 뚝섬 등지에서 열리는 드럼페스티벌(9월5~27일)도 "지금 단계에서 취소여부를 말할 수 없다"(서울시 문화정책과 관계자)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