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판결은 주로 판매사에만 책임 물어…이례적

펀드 가입자에게 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손해가 났을 때 펀드 판매기관뿐만 아니라 펀드운용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펀드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불완전 펀드'에 대해 펀드운용사에게도 책임을 물은 것은 드문 일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최승록 부장판사)는 파워인컴펀드로 손해를 본 김모(42)씨 등 8명이 우리투자증권과 우리CS자산운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들 손해액의 15~30%를 연대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증권사에 대해 "파워인컴펀드는 고도의 위험이 존재하는 장외파생상품인데도 담당 직원들이 특성이나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국제신용평기관으로부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등급을 받았다'며 고수익과 안정성만 강조해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자산운용사에 대해서도 "펀드가 가진 위험성을 증권회사를 비롯한 펀드 판매회사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주로 여유 자금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펀드를 판매하도록 했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투자자도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신탁상품의 내용, 손익구조, 투자 위험성 등을 미리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했고, 손해 발생의 근본 원인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세계적인 금융위기 때문이기도 한 점을 고려했다"며 투자 기간과 투자자 지위 등에 따라 피고의 책임을 15~30%로 제한했다.

김씨 등은 `원금이 보장되고 안정적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증권사의 설명을 듣고 펀드에 가입했으나 원금 손실이 발생하자 손해액을 물어내라며 소송을 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6월 같은 펀드가 걸린 재판에서 펀드운용사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판매사인 우리은행에 대해서만 피해자 6명에게 손해액의 45%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서울남부지법 관계자는 "지금까지 펀드 손실에 대해 펀드 판매사들에 대해서만 책임을 인정해 왔다.

그러나 판매사도 펀드운용사가 제공한 자료에 기초해 설명한다는 점을 고려해 운용사의 책임도 일부 인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파워인컴펀드는 미국과 유럽의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3개월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1.2%포인트'의 금리를 지급하는 안정적인 수익 상품으로 알려지면서 2천300여명에게 1천700억원어치가 팔렸다.

그러나 이 펀드는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손실이 크게 나는 구조로 설계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계기로 많은 투자자가 원금 손실을 봤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