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성조숙증을 얘기할 때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바로 '초경'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아이가 아직 초경을 하지 않았으니 키가 더 클 것이다'라고 막연한 기대를 갖는 부모들이 많다.

최근 필자를 찾아온 중학교에서 발레를 전공하는 2학년 서희양은 손과 발이 크고 팔다리도 길쭉길쭉한 미인형이었다. 키만 크면 외모는 부족함이 없겠다 싶었다.

하지만 발레를 하면서 체중 조절을 해야 했다. 그 결과 키는 150㎝인데 체중은 37㎏에 불과해 바람이 불면 날아갈까 걱정될 만큼 삐쩍 말랐다.

이 학생은 작년까지 거의 2년 동안 1~2㎝ 자라는데 그쳤지만 부모의 생각은 달랐다. 아직까지 초경이 없었으니 더 자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기다려왔다. 그러다가 부모는 딸의 성장이 멈춰 답답한 마음이 들자 필자를 찾아왔다. 장차 프리마돈나가 꿈인 서희에게 큰 키는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필수요건이라면서 말이다.

검사해보니 서희양은 이미 초등학교 4학년쯤 사춘기가 시작돼 성장판이 거의 닫힌 상태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남은 성장인자를 이용해 단 몇㎝라도 추가 성장하기를 바랄 뿐인 그런 상태였다.

사춘기가 돼 몸속에서 성호르몬이 분비돼야 했지만 서희양은 지나친 다이어트로 성호르몬 분비는 안되고 대신 성장판은 빨리 닫혔던 것이다.

서희양의 경우 좀 더 빠른 시기에 치료했더라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었지만 시기가 늦는 바람에 치료를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돼버렸다. 현재의 의학 수준으로 성장판이 닫히는 것을 어느 정도까지 지연시키는 것은 가능해도 이미 닫혀버린 성장판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시 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희양의 경우와 달리 성조숙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는 동안 골다공증이 발생해 성장이 중단되는 사례도 있다. 신장이 137㎝인 권수진양은 성조숙증으로 최종 신장이 155㎝에 그칠 것이라는 한 대학병원의 진단을 받고 다른 병원에서 성조숙증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권양에게 치료 도중 부작용으로 골다공증이 발생해 치료 전 1년에 6㎝씩 자라던 키가 치료하는 동안 3㎝밖에 성장하지 않았다.

필자의 한의원에서 초경 지연 처방과 함께 운동요법,식사요법을 병행 치료했더니 15개월 동안 12㎝가량 성장했다. 초경도 16개월이나 지연됐다. 지난 7월 현재 149㎝였고 현재의 상태를 감안해보면 최종 신장은 163㎝로 예상된다. 성조숙증 치료는 초경 지연뿐 아니라 성장률 증가도 함께 이뤄져야 신장이 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정한의원 원장(서울 강남구 삼성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