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진희씨(35)는 최근 들어 계단을 올라갈 수가 없다. 한 번에 두 계단씩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증 때문에 한 번이라도 틀리면 다시 내려와 처음부터 시작한다. 이를 견디지 못한 김씨는 정신과를 찾았고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강박 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27일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강박장애'의 진료환자수가 2005년 1만2995명에서 2008년 1만8271명으로 3년 동안 40.6% 증가했다고 밝혔다.

'강박 장애'는 환자 자신이 지나치고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박적인 사고나 강박적인 행동을 지속해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손씻기,정돈하기,확인하기 등과 같은 신체적인 반복 행동뿐 아니라 기도하기,숫자세기,속으로 단어 반복하기 등과 같은 정신적인 반복 활동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강박장애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2001년 34억원에서 2005년 51억원,2008년 88억원으로 급증했다. 2008년 강박장애에 의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2001년보다 2.9배 이상 증가해 같은 기간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 증가폭인 2.0배를 웃돌았다.

이 중 구직 고민이 많은 20대 환자 수가 30대(4000명)와 40대(3000명)보다 훨씬 많은 5000명을 기록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증가율에서는 10대 환자수가 2005년(1824명)에서 2008년(2878명) 사이에 58% 늘어 전체 연령대(40.6%)보다 증가폭이 훨씬 컸다. 이는 최근 입시 경쟁에 따른 부모의 과잉 통제와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성별로 보면 2008년 기준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1.4배 많았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스트레스를 포함한 내적 감정을 외부에 훨씬 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이 강박 장애를 특이한 생활 습관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치료 없이 방치하면 우울증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찬형 연세대 의대 교수는 "강박 증상 정도가 심한 경우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도움이 된다"며 "가급적 빨리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