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회식에서 2차로 폭탄주를 마신 뒤 만취상태로 귀가하다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유승정)는 회식 후 귀가하다 계단에서 추락사고를 당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속 공무원 정씨와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식이 정씨가 소속돼 있던 부서의 실장 주도로 이뤄졌고 회식비가 업무추진비로 지출된 점으로 미뤄 회식 자리가 사용자의 지배 · 관리하에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며 "회식에서의 과음으로 인한 정상적인 거동 장애 등이 추락 사고의 원인으로 보이는 만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2차 회식비를 1차와 달리 참석자 1인이 계산했다 하더라도 실장 등 전원이 2차 회식 장소로 옮긴 점 등으로 볼 때 1차 회식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2007년 5월 자신이 소속된 혁신기획실 실장이 주도하는 1 · 2차 회식에 참석해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12잔 이상 마신 뒤 집으로 돌아가다 계단에서 추락해 두개골절 등의 부상을 입었다.

1심 재판부는 "1차 회식 자리는 업무와 관련된 협의를 하는 등 사용자의 지배를 인정하나 2차 회식은 업무 목적이 종료된 이후 직원 상호간의 친목 도모 자리였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