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진실씨 유골함 도난사건의 유력용의자 박모(41)씨의 동네 주민들은 박씨가 신이 내렸다며 유별한 행동을 보이긴 했으나 온순한 성격의 보통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박씨의 임대주택이 있는 대구 달서구 모 재래시장 내 상가건물 주민들은 "지난 20일 사건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이 공개됐을 때 일부에서 '우리동네 사람 아니냐'고 얘기했으나 설마했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주민들에 따르면 용의자 박씨는 수년 전부터 신기(神氣)에 들려 집 내부와 자신이 운영하던 영업소에 법당을 차려놓고 24시간 향불을 피우는 등 범상치 않은 행동을 했다.

주민 박모(54)씨는 "상가 2층의 박씨 집에서 매일 아침 목탁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며 "집 앞 공원에서 박씨가 소리치고 웃는 등 횡설수설하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모(45.여)씨는 "항상 집안에서 향불을 피워 어쩌다 들리는 일이 있으면 향냄새 때문에 오래 이야기를 하기 힘들 정도였다"며 "한번은 부인에게 '법당 차렸냐?'고 물으니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평소 친지가 운영하는 인근 지역의 모 암자에 자주 다녀오기도 했다.

주민 이모(56)씨는 "박씨가 주말에 자식을 데리고 자전거를 태워주며 고장난 부분을 고치는 등 자상한 면모를 보였다"며 "죄가 있으면 벌을 받겠지만 정상은 아닌 듯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씨가 범행 당시 입었던 군복바지에 조끼를 입은 모습이 자주 눈에 띈 까닭에 의심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설마했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남편과 TV를 보면서 '옷차림과 스타일이 상가 위층에 사는 사람과 비슷하다'고 이야기를 주고 받았으나 정말 용의자로 붙잡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싱크대 설비업자인 박씨가 신내림 때문에 사업도 제대로 못하고 근근이 생활을 유지했기 때문에 벌을 주더라도 정상을 참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대구연합뉴스) 홍창진 기자 realis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