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교육으로 첫 수업, 해외여행자 파악
보건소에도 검진ㆍ문의 잇따라

26일 서울 시내 초등학교들이 일제히 개학했지만 급속히 퍼지는 신종플루 탓에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날 각 초등학교는 첫 수업을 신종플루 예방 교육으로 시작했고, 해외에 나갔다 귀국한 지 1주일이 지나지 않은 학생들을 집에서 쉬도록 조치한 학교도 많았다.

관악구 C초등학교는 현관에 신종플루 예방수칙을 담은 큼직한 안내문을 붙이고 1교시도 손 씻기 요령 등을 가르치는 위생 교육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교내 곳곳에서는 세척제로 손을 닦거나 마스크를 쓴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는 등 신종플루에 대한 불안감이 감돌았다.

학교 관계자는 "신종플루가 교내에서 확산되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오늘 1교시는 손을 하루 8번 이상 씻을 것을 권장하는 위생 교육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학교에 나온 학생이나 학부모도 많은 아이들이 모이는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2학년 아들의 등굣길에 나온 주부 김모(40)씨는 "옆 동네 다른 학교들은 신종플루 때문에 휴교까지 한다고 하지만 우리 아이는 등교해서 불안하다.

지금으로선 아이들에게 잘 씻으라고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광진구 K초등학교는 개학 전날 전교생을 상대로 신종플루 위험 국가를 다녀온 학생을 파악해 입국일자를 기준으로 1주일간 등교를 제한했다.

이 학교는 발열을 동반한 감기증세를 보이는 학생들도 이날 등교하지 말고 인근 병원에서 확실한 검사를 받도록 조치했다.

학교 관계자는 "신종플루 감염 경로가 다양한 만큼 이후에도 감기 증세가 있는 아이들을 파악해 필요한 조처를 하고 청결 등 생활 지도에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유모(38.여)씨는 "신종플루 때문에 많이 불안하다.

반 친구 아이들 중에는 외국에 다녀온 학생들도 있을 텐데 그 아이들로부터 혹시라도 전염되면 어쩌나 싶다"며 "손 세정제를 사서 내일부터 아이들에게 들려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4학년생 이모(12)양은 "친구들끼리 방학 동안 외국에 다녀왔는지 많이 이야기했는데 서로 신종플루는 아니라고 해서 일단 안심하고 학교에 나왔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C초등학교도 방학 중 외국에 갔다 입국한 지 1주일이 되지 않은 학생들을 가려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6학년 교실에서는 담임교사가 학생들과 인사를 나눈 뒤 손 씻기, 입 헹구기, 세수 등 위생지도를 하면서 열이나 기침을 하는 학생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어제 각 담임선생님이 반 아이들을 상대로 파악해보니 방학 중에 외국에 다녀온 아이들이 22명이었다"며 "이 중 귀국한 지 7일 이내인 학생들은 학교에 나오지 않도록 했는데 이 아이들이 오늘 등교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내 보건소에도 혹시나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에 찾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종로구 보건소에서는 1층 현관에 차려진 신종플루 상담 데스크에서 노인들이 체온을 측정하고 11월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등을 문의했다.

보건소 측은 백신이 당국의 확보 물량에 따라 우선 접종 연령과 대상이 달라질 수 있어 확답을 못 하는 상황이다.

이모(72) 할머니는 "계절 독감 예방주사를 계속 맞았는데 이 독감(신종플루)은 접종 여부를 제대로 안 알려줘 답답하다.

노인에게 위험하다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최근에는 신종플루가 너무 확산되다보니 20∼30대와 노인들이 발열이 심하지 않아도 불안감에 찾아와서 증상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동대문구 보건소에도 이날 9시30분 이전에만 10여명의 시민들이 신종플루 검사를 받고 돌아갔다.

보건소 직원은 "최근 방문자 수가 일일 평균 60~70명 수준으로 많이 늘어났다.

신종플루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가 오면 체온 측정을 하고 의심환자는 병원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고 어머니와 함께 보건소에 찾아온 대학생 양모(21.여)씨는 "어머니와 방학 때 동남아 여행을 하고 왔는데 자꾸 기침이 나서 겁이 난다"며 "개강을 앞두고 학교에 가도 되는지 알아보러 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