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로 단속규정 줄줄이 무용지물

도심에서 난폭운전을 일삼거나 여성납치 등의 강력범죄에 악용된 `도급택시'를 단속할 규정이 무력화돼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법원이 도급택시 개선명령을 위법하다고 판결한 마당에 보완입법 등을 서둘러 추진하지 않는다면 도급택시로 말미암은 부작용이 다시 사회문제화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도급택시 개선명령은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저촉된다고 법원이 판결함으로써 법적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이 조치법은 원활한 기업 활동을 위해 도모하기 위해 각종 행정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1993년 6월 제정된 특별법으로, 1997년 4월 개정되면서 장관이나 시ㆍ도지사가 기업에 내리던 각종 시정조치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 조항에는 '도급제 운영금지'를 비롯해 운송의 안전과 서비스 향상을 위해 운수업체를 상대로 한 시ㆍ도지사나 각급 구청이 재량껏 실행돼온 각종 사업개선명령들이 포함됐다.

따라서 불법으로 간주해 규제해온 도급택시에 대한 시정조치나 개선명령이 개정 특별법에 저촉돼 효력을 잃게된 것.
택시 회사나 소유주에게 임차료를 물고 택시를 빌려 영업하는 도급택시가 그동안 범죄에 쉽게 이용된데다 과속ㆍ난폭운전과 승차거부 등 온갖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고육지책으로 개선명령이 내려졌다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에 따라 도급택시를 적발해도 개선명령 등의 규제수단이 없어 단속 자체가 유명무실해져 2007년 홍익대 앞 여성 회사원 납치 살해 사건 등과 같은 각종 강력사건에 도급택시가 악용되는 범죄가 재발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작년 9월부터 '사업개선명령'을 통한 도급택시 규제에 법적인 하자가 있음을 인정하고, 운수사업법상 '명의이용금지' 조항에 근거해 도급택시를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제 역시 관련 소송들이 진행되고 있어 현재로선 도급택시를 규제할 마땅한 법적 장치가 없는 셈이다.

차고지가 아닌 장소에서 운전자가 교대하는 것을 금지한 '차고지 밖 관리금지' 개선명령도 효력을 잃을 운명을 맞았다.

택시회사들이 최근 차고지 밖 관리금지 개선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시가 내린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줄줄이 승소했기 때문이다.

1심을 맡은 행정법원 재판부들은 앞서 도급제 개선명령에 위법 판결을 내린 서울고법의 뒤를 이어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위반한 개선명령이라며 서울시에 잇따라 패소 판결을 내렸다.

'차고지 밖 관리금지'는 택시 운전자가 교대할 때 정해진 차고지에서 수익금 정산, 청소, 정비 등을 하도록 한 규정이다.

서울시 등은 차고지 밖에서 교대가 이뤄지면 관리ㆍ감독이 어려워 도급택시를 비롯한 불법ㆍ탈법 운행이 만연할 수 있다고 보고 위반 택시 1대당 12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단속해왔다.

서울시는 '차고지 밖 관리금지' 관련 소송을 계속 진행하되, 적발 후 아직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140대의 택시에 대해선 처분 절차를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급택시나 차고지 밖 교대 등에 대한 단속 활동이 특별조치법에 배치된다는 법원의 유권해석이 내려진 이상 추가적인 단속 활동을 하기는 어렵다"며 "특별조치법에 포함된 관련 독소 조항을 삭제하는 등 정부 차원의 보완 입법 노력이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행정소송을 담당한 한 판사는 "도급택시는 사회적인 폐해가 크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지만, 법 개정 전까지는 직접적인 개선명령을 통해 규제하기 어려워서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