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팀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의 여파가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시장마저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주요 공공기관들이 하반기 채용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것은 물론 아예 채용문조차 닫아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해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층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상당수 공공기관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른 정원감축 계획을 맞추려면 수년간 신규 채용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혀 향후 채용 전망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공공기관 채용시장 `꽁꽁'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시장은 얼음장이나 마찬가지다.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인 20개 대형 공공기관 중 하반기 직원채용 계획이 있는 곳은 기업은행과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력원자력 3곳뿐이다.

그나마도 기업은행만 200명 채용일정이 남아있을 뿐, 나머지 두 기관은 채용과정이 거의 완료된 상태다.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는 오는 10월 통합을 앞둔 탓에 작년은 물론 올해도 채용계획이 전무하다.

토공은 통상 매년 100여명의 신입사원을 뽑아왔다.

한국도로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지난해 채용실적이 전무한 가운데 하반기 역시 신규채용이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는 183명, 한국산업은행은 109명을 각각 뽑았지만 올해는 채용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0명을 모집한 한국중부발전, 39명을 모집했던 한국수출입은행, 13명을 뽑은 대한주택보증은 올해는 채용문을 닫았다.

작년보다 올해 채용을 늘린 기관은 한국농어촌공사(0명→198명0, 한국수력원자력(0명→200명), 한국철도시설공단(0명→6명) 두 곳에 불과하다.

◇정원감축만 해도 코가 석 자..울고 싶은 청년 구직자
공공기관들이 신입 채용을 엄두조차 못내는 것은 경기침체에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기존 직원의 정원을 감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원 감축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에서 신입 채용은 먼 얘기일 뿐이다.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올해 3월 기준으로 정원감축 계획을 발표한 공공기관 129곳의 정원은 17만5천706명이고, 이 중 2만2천364명이 2012년까지 감축 대상이다.

3년 내에 직원 10명당 1명을 줄여야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는 "정원감축으로 인해 구조조정을 해야 할 판에 신규 직원을 뽑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며 "사람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신규 채용은 힘들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도 "정부의 공공기관 운영 효율화 정책에 따라 작년은 물론 올해도 채용계획이 없다"며 "향후 채용도 매우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주요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이 얼어붙으면서 대졸 청년층의 취업난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공공기관이 정부의 권고에 따라 대졸 신입의 초임을 삭감한 상황에서 채용 전망마저 불투명해짐에 따라 청년층의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취업전선에 비상이 걸린 셈이 됐다.

지난달 20일 현재 대졸 초임 인하 대상인 262개 기관은 모두 삭감 방침을 결정한데 이어 243개 기관이 실제로 보수규정을 개정, 평균 15%의 초임을 삭감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정원을 감축하더라도 신입 직원 채용과 병행하라는 권고를 각급 공공기관에 보내 신규 채용시장의 급랭을 막기 위해 나섰지만 똑 부러진 해결책이 마땅치 않아 고민스럽다.

재정부 관계자는 "매년 자연감소분이 있고 정원조정은 2012년까지 완료하면 되기 때문에 신입 채용 여력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다만 정부가 채용을 하라마라 할 수는 없고 기관이 각자 사정에 따라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