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구일까?"

고(故) 최진실씨 분묘를 손망치로 깨고 유골함을 가져간 용의자의 범행 모습을 담은 CCTV 화면이 공개된지 24일로 닷새째를 맞지만 이렇다할 단서가 없어 경찰수사가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찰은 최씨의 유골함이 안치됐던 갑산공원묘원 주변 예상 도주로를 중심으로 용의자 행적을 추적 중이나 사건에 도움이 될만한 제보가 없어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가 ▲손망치.목장갑.등산모자 등을 미리 준비했고 ▲범행 후 분묘를 깬 부분을 조화를 가져다 은폐했고 ▲범행 후 묘지를 청소한 점 등으로 미뤄 분묘를 관리하거나 돌을 잘 다루는 전문가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또 사전답사한 모습이 찍힌 화면에 용의자가 무속 의식을 연상시키는 행동을 하는 장면이 담겨 있어 경찰은 이 부분도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단서가 CCTV에 찍힌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범행모습이 고작이라 30대 중반~50대 초반의 키 170~175㎝에 건장한 체격을 한 용의자가 누구인지 범죄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러 추측만 무성할뿐이다.

범죄 전문가들은 사건 정황상 치밀하게 준비된 범행인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벌일 것을 주문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묘지에서 무속의식을 연상시키는 행동을 했다고 무속과 연관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중간수사결과를 보면 피해자 가족과 직접 관련성은 낮아 보여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다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망상적 사고를 지닌 자의 소행일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범행 전후 몇차례씩 최씨 묘를 왔다간 것을 보면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자의 소행으로 보기 힘든 만큼 모든 가능성을 두고 수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원배 경찰청 범죄수사관은 "납골묘를 깨고 유골함을 가져가는 것은 조상을 신성시하는 우리 관행으로는 쉽게 생각하기 힘든데다 유사한 사건도 없었고, 그동안 분묘 절도사건에서도 정신 이상자나 무속과 관련된 자의 소행은 없었던 만큼 금품을 노린 자의 소행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은 협박전화가 없었던 것에 대해 "사건이 언론에 노출되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을 수 있고 납골묘 안에 최씨 소장품이나 애장품이 함께 묻혔다는 확인되지 않은 풍문을 듣고 범행했는데 실제 이 목적을 달성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석현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금품을 노린 협박전화가 없었고 유명 연예인인 최씨의 묘를 대상으로 삼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최씨와 개인적인 원한관계가 있는 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연예인 지망생에게 도움을 주는 목적의 무속적 믿음에서 이뤄졌을 가능성과 용의자가 묘지나 돌을 잘 다루는 점으로 볼때 장례.묘지.비석업종 관련종사자의 소행일 수도 있다"고 했다.

범죄전문가들은 "현장을 사전답사하고 범행 후 물걸레 등으로 증거 인멸한 점 등 치밀하게 준비된 범행인 만큼 최씨 가족과의 원한관계가 있는 사람, '스토커 성향'의 열혈 팬, 정신이상자의 소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용의자를 추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재진 양평경찰서 수사과장은 "용의자의 행동이 무속의식같은 생각이 들어 무속에 조예가 깊은 몇 사람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무속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그러나 정신이상자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평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