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등 12건의 내성 바이러스 확인..WHO "남용 우려" 경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의 남용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의 내성 바이러스 확산 우려 때문이다.

24일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분리된 인플루엔자 A(H1N1) 바이러스 중 12건이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에 내성을 보였다.

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확인된 지난 4월말 이후 불과 2개월만인 6월에 덴마크에서 내성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분리된 데 이어 일본과 미국 등 6개 국가에서 내성 바이러스가 분리됐다.

특히 우리나라와 교류가 많은 일본에서는 가장 많은 4건이 발견됐다.

또 미국과 홍콩이 각 2건, 그밖에 중국과 싱가포르, 캐나다에서도 각 1건씩 내성 바이러스가 분리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내성 균주가 분리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타미플루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겨울 1월까지 국내에서 유행한 계절독감 바이러스 거의 전부가 타미플루 내성을 보였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국내에서 분리된 H1N1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269개 균주를 대상으로 타미플루 내성을 조사한 결과 99.6%가 내성 균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캐나다와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의 H1N1형 인플루엔자의 타미플루 내성률이 100%를 나타냈으며 독일 99%, 미국 98%, 홍콩 90% 등으로 사실상 북반구의 H1N1형 바이러스 대부분이 내성을 보인 것이다.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지난 겨울 유행한 H1N1형과는 유전자가 다르지만 이런 과거 추이로 볼 때 내성 발현 바이러스가 점차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WHO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것이다.

내성 바이러스균주에 감염되면 치료제를 투여하더라도 약효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신종플루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결합해 병세가 위중한 변종 바이러스로 바뀌고 여기다 항바이러스제 내성까지 획득한다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한편 또 다른 인플루엔자치료제인 리렌자에 내성인 균주는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인플루엔자치료제 내성 바이러스는 모두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을 갖고 있었다"며 "사용량이 적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인지 불분명하지만, 리렌자에 대한 내성을 가진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출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