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와 대학 등 각급 학교가 여름방학을 끝내고 속속 개학 또는 개강하고 있으나 전국적으로 신종플루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집단생활을 해 신종플루가 학교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 나갈 우려가 있어 교육당국과 각 학교는 초긴장 상태이고, 학부모들은 자녀를 등교시키면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전교생 가운데 1명이라도 감염 사실이 확인되면 임시 휴교하는 학교가 대부분이어서 반복되는 휴교 조치로 2학기 수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휴교·개학연기 `현실로' = 22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국내 신종플루 감염자 2천675명 중 학생은 708명이고 이들은 300개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방학이 아니었다면 이들 학교 대부분은 임시 휴교 등의 조치를 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후 4시 현재 교과부에서 공식적으로 파악한 것만 전국 5개교가 개학을 늦추거나 임시로 문을 닫기로 하는 등 개학 연기, 휴교 사태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경기 수원, 인천, 경기 안양, 전북 전주, 대전 등 5개 지역에서 1곳씩의 학교가 소속 교사나 학생의 신종플루 발병으로 개학을 늦추거나 휴교했다.

수원 A고교의 경우 학생 5명이 감염돼 21일로 예정됐던 개학이 27일로 연기됐고, 인천 B여고는 지난 19일 개학했으나 2명의 감염 학생이 발견돼 21일부터 27일까지 학교 문을 닫는다.

17일 개학한 안양 C고교, 전주 D여고는 각각 2명, 1명의 감염 학생이 발생해 휴교령을 내렸고, 대전 E외국인학교도 교사 등 9명이 발병, 휴교 중이다.

특히 C고는 14일 1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개학날 2명이 추가 발병해 19~24일 임시휴교에 들어갔으나 19일 1명이 또 신종플루에 걸려 학교와 학부모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더는 발병이 없어 다행이다.

24일 학부모들과 함께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25일 학생들을 등교시킬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식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대구 고교 1곳과 중학교 1곳도 개학을 사흘가량 미루기로 했고, 경북 상주의 한 고교는 한 학생이 확진 환자로 분류돼 임시 휴교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주에는 초ㆍ중학교 개학일이 몰려 있는 데다 개학을 앞둔 상당수 학교가 내부적으로 개학 연기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져 개학 연기 또는 휴교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교과부는 보고 있다.

◇ 해결책 없어 `전전긍긍' = 보건ㆍ교육당국이 신종플루 확산을 막기 위한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감염 경로 등을 추적해 예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환자가 발생한 뒤 사후약방문식의 대처를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교과부는 감염 학생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각 교육청을 통해 매일 오후 4시 기준으로 개학 연기, 휴교 학교 및 감염 학생수 등을 집계하고 있다.

교과부는 일단 지난 17일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각급 학교로 하여금 손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도록 지도하고, 신종플루 감염 위험 국가를 여행하고 돌아온 학생은 일주일이 지난 뒤 등교하도록 지시했다.

또 교육청별로 신종플루에 대한 세부 대응 요령을 작성해 시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단계별 관리 요령'을 각 학교에 내려 보내 1단계로 손세척제, 소독제 등을 충분히 비치하고 교내 환경위생을 청결히 관리하도록 했다.

2단계는 매일 담임교사와 교감이 조회시간 학생, 교직원 발열 여부와 결석자를 파악하고 감염 의심자 발견 때 즉시 보건소에 연락한 뒤 접촉을 피하게 하며, 3단계는 감염으로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의 수업 결손을 막기 위해 유인물, 웹사이트(꿀맛닷컴, 학교 홈페이지 등)를 활용한 교육자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다른 시도 교육청과 각 지역교육청 및 각급 학교도 자체 비상대책반을 꾸려 보건소 등 유관기관과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신종플루 예방 및 확산 방지 대책을 내놓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동의대는 해외 연수.봉사자에게 일일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 1주일간 외출을 자제하고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지면 보건소를 찾거나 학교에 신고하도록 했다.

◇ 학부모 `노심초사' = 이런 각종 노력에도 학부모 불안은 여전하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교에 전화를 걸어 보내도 되는지 문의하는가 하면, 조금이라도 열이 나면 서둘러 보건소나 약국 문을 두드리고 있다.

박모(39.여.서울 서대문구)씨는 "첫 사망자가 나오고 올가을 입원환자가 13만∼23만명, 외래환자가 450만∼800만명에 달할 거라는 보건당국의 공식 예측까지 나왔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를 마음 놓고 학교에 보낼 수 있으며, 반복되는 휴교 등으로 수업은 제대로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초등생 자녀를 둔 신진원(43.대구)씨는 "빨리 예방백신이 나오던지 신종플루가 수그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남지역은 환자 사망 사례가 처음 나온 곳인 데다 국제대회 기간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바 있어 학부모 걱정이 더한 상태다.

참교육학부모회 배경희 마창진지회장은 "만나는 학부모마다 불안과 걱정을 토로한다.

개학을 연기하지 않았으니 학교에 보내야 하겠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보건.학교당국이 `쉬쉬'하지 말고 적극 대처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환자가 생겨 임시휴교했던 전주 모 여고의 한 학부모도 24일 수업 재개를 앞두고 "치료가 끝났다고는 하지만 많은 학생이 한꺼번에 등교해 접촉하다 보면 또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걱정했다.

초등생 자녀 둘을 둔 장모(39.울산)씨는 "가을.겨울이 되면 아이들의 면역력이 더 떨어질텐데 집단발병이라도 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김춘호(48.대전 탄방동)씨는 "해외연수나 여행을 갔다 온 아이의 친구들이 만나자고 하면 덜컥 겁부터 난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