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남 실세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전례가 없는 1박2일 일정을 잡은 것은 조문 외에 별도의 정치 협상을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북 당국자 간 고위급 회담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기남 · 김양건은 김정일 최측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을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서울을 방문하는 북한 조문단 단장인 김 비서와 김 부장은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김 비서는 올해 83세로 김 위원장의 후계자 시절부터 수행해왔으며 체제 선전과 주민 사상교육을 책임진 노동당 핵심 부서인 선전선동부와 당역사연구소를 관장하고 있다. 그는 올해에도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 수행 간부 중 가장 많은 59회의 수행 횟수를 기록,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을 겸한 그는 2005년 8 · 15민족대축전 참석을 위해 북한 당국 측 대표단 단장으로 서울을 방문한 길에 6 · 25전쟁 이후 북한 당국 관계자로선 처음으로 서울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한 바 있다.

대남 총책임자인 김양건 부장(61)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을 겸하고 있으며,북한의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참사로 외교 전반도 관여하고 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평양에 불러들여 면담할 때 배석했다. 현 회장과는 별도로 만나 현대그룹의 대북사업과 남북관계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5개항의 합의를 담은 공동보도문도 내놓았다.

◆고위급 회담 이뤄질까

조문단의 면면이 예상보다 고위급으로 이뤄지면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 최근 현안에 대한 남북 간의 고위 당국자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일단 "우리 당국과 별도의 면담이 계획된 것이 없고 요청받은 바도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장례식 당시 조문단이 하루 일정으로 조문만 하고 바로 북으로 돌아갔던 전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1박을 한다는 점도 남북 간의 접촉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현대그룹과 북측의 '5개항 합의'로 남북 간의 '대화 무드'가 무르익고,20일 대한적십자사가 이산가족 문제 협의를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제의하는 등 합의안의 이행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 이번 조문단 방한에 남북 당국자 회담을 위한 물밑작업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문단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가지고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국장으로 치러지는 김 전 대통령의 장의위원회에 한승수 총리와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부 측 고위 인사들이 포함돼 있어 어떤 형태로든 남북 고위 당국자 간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최근 북측이 '통민봉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우리 정부가 먼저 북측 조문단에 접촉을 제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