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노사 간 잠정 합의안이 결렬된 후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금융권의 임금 협상이 20일 중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사측 교섭 대표인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이 지난달 말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교섭권을 각 은행장들에게 위임하겠다"고 밝히며 제시했던 교섭 결렬 마지노선이 20일 열릴 중앙노사위원회이기 때문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노사는 최근 몇 차례의 실무 교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임금 협상에 대한 입장 차를 줄이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측은 임금 5% 삭감(연월차 수당 반납까지 포함하면 10%)을 주장하는 반면 노조는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내일 협상에서도 진전된 안이 나올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며 "자신의 공언대로 신 회장이 교섭권을 각 행장들에게 돌려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2003년 금융노조와 은행연합회 간 산별 교섭이 시작된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산별 교섭의 틀이 깨지게 된다. 협상 결렬과 함께 신 회장이 교섭권을 위임하면 시중 은행들은 금융노조와 개별적으로 교섭을 벌여야 하지만 이 경우 은행장들이 부담을 느껴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노조가 교섭권을 각 은행 지부에 위임,개별 은행별로 교섭을 벌일 수도 있지만 금융노조는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올해 금융권 임금 협상은 완전히 결렬되면서 지난해 협상 결과인 임금 동결로 끝을 맺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노사 양측이 임금 삭감을 유도하고 있는 정부의 압력과 임금 삭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노조원들의 정서 속에서 결국 협상 결렬로 타협점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