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연예기획사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해도 연예인이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전속계약을 파기할 경우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1부(부장판사 김주현)는 연예기획사인 D사가 소속 연예인인 이모(26.여)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연예기획사가 이씨에게 채무를 불이행했다고 해도 이씨는 먼저 상당 기간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라고 촉구한 뒤 따르지 않을 때 계약 해지해야 한다”며 “기획사가 의무를 지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는 만큼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씨가 기획사보다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고 이씨가 계약을 어기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지만 기획사가 어겼을 때는 위약금 약정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해 손해배상액을 감면한다”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이씨는 8000여만원을 청구한 기획사에 3000만원을 물어주라”고 재판부는 주문했다.

이씨는 2005년 연예활동에 대한 모든 권한을 D사에 위임하고 수익은 반씩 나누는 대신 이씨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면 전속 기간 발생한 비용의 2배를 배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전속계약을 맺었다.이씨는 1년 뒤 D사가 수익을 배분하지 않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D사는 한달 내에 광고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알렸으나 이씨가 이를 거절,사실상 전속계약이 파기됐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