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시험 합격 후 바로 핸들을 잡게 하는 것은 교통사고율을 높이는 악수(惡手)다"(A자동차전문학원 B원장)

"면허취득 비용이 많이 드는 등 규제 성격이 강해 개정이 불가피하다"(경찰청 C간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하 운전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운전 면허를 쉽게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만 교통사고 빈도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청은 지난 6월11일 현행 7단계의 운전면허 취득 절차를 4단계로 간소화하고,기능 의무교육과 도로주행 의무연습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기능시험 합격 후 발급하던 연습 운전면허를 학과시험 합격 뒤 바로 발급하고,기능 교육 및 도로주행 연습도 학원에 가지 않고 개인이 할 수 있도록 한 것.



◆이 대통령,"면허 취득 비용 부담"

법 개정은 작년 3월27일 국무회의에서 이석연 법제처장의 업무 보고를 받던 이명박 대통령이 "예비 운전자들이 운전 면허를 따는 데 150만원의 비용이 드는 건 부담이 너무 크다"며 "운전면허 취득 과정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하면서 이뤄졌다.

법제처는 지난해 5월13일 국무회의에서 현행 7단계로 돼 있는 운전면허 취득 절차를 학과 시험,주행 시험 등 2~3단계로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법제처가 대통령의 지시로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큰 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 것 같다"고 반발했다.

이후 경찰은 작년 12월 민관 합동으로 구성한 '운전면허 제도개선 심의위원회'를 통해 예비 운전자의 경제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학원교습 의무시간을 20시간에서 15시간으로 줄이고 도로주행 시간도 15시간에서 10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내놨지만 재검토 지시가 내려와 지난 6월 학원 의무교습을 폐지한 내용의 수정된 도로교통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면허취득 절차 간소화됐다'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은 해마다 50여만명이 신규로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고 그 중 70% 이상이 운전학원을 통해 면허를 건네받는 현실을 감안할 때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응시자는 운전전문학원에 등록,학과 시험에 합격한 뒤 기능교육 15시간(수동은 20시간)과 도로주행 연습 15시간을 받으면 면허증을 딸 수 있다.

지금도 운전 면허는 학원을 다니지 않더라도 취득할 수 있다.

단독 응시자들은 코스 주행,돌발 정지,오르막 정지 · 출발 등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연습운전 면허가 기능시험 통과 후 나오기 때문에 이전에 일반 도로에서 기능 교육을 받다 사고가 나면 무면허 운전으로 형사 처벌을 받는다.

공터나 주차장에서 기능 교육을 마쳤다 해도 도로주행 의무연습 10시간은 정식 자격이 없는 면허 소지자에게 받아야 하는 편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응시자들이 80만~100만원의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운전학원을 찾고 있다.

그러나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예비 운전자는 전국 26개소(서울은 4개) 국가시험장을 찾아 교통안전교육 1시간(종전에는 3시간)을 받은 즉시 학과 시험을 치르고 합격하면 곧바로 연습운전 면허가 나온다. 연습 운전자(응시자)는 1년 안에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 외 일반 도로에서 조수석에 지도 운전자(운전면허 취득 2년 이상인 자)를 동승시켜 운전을 배워 기능 시험과 도로주행 시험을 치르면 된다.

◆'부실 운전자 양산,사고 증가 불가피'


교통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출퇴근 교통 체증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A자동차학원 원장은 "기본적인 코스 주행 경험도 없는 응시자가 차를 몰고 나올 경우 교통사고 빈도가 높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필기시험 후 연습운전 면허를 발급하는 건 '생명 안전띠를 푸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도로 주행시 사용될 차량의 안정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조수석에 운전면허 취득 2년 이상의 운전자가 동석하면 도로 주행을 할 수 있지만,학원 차량과 달리 이들 차량에는 보조 브레이크 등이 없어 도로 주행시 돌발적인 교통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강효섭 교통사고유가족돕기사업회 회장은 "노련한 운전자가 옆에 있어도 한국 도로 여건을 감안하면 비상시 면허 응시자가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며 "일반 차량에 보조 브레이크를 다는 등 안전 장치를 의무화하면 되는데 1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또 다른 규제라는 지적을 우려해 의무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