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년 후면 현재 개발 중인 고혈압 치료제 신약인 '피마살탄'의 진가와 글로벌 보령제약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

김광호 보령제약 대표(사진)는 최근 서울 종로구 원남동 본사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24개 대학병원을 통해 진행해온 피마살탄 임상 3상시험이 8월 중에 거의 마무리된다"며 "세계적인 고혈압 치료제인 '코자'등 동일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계열 고혈압치료제에 비해 효과가 대등하면서도 더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첫 번째 국산 글로벌 신약이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 내수용에 그치고 해외시장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은 '작은 시장'을 목표로 한 전략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피마살탄은 전세계 의약 소비액의 10%나 되는 고혈압 치료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건곤일척의 산물'"이라고 표현했다. 국내 ARB계열 고혈압 치료제 시장만 6000억원이 넘고 해외시장은 수십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특히 2013년이면 피마살탄을 제외한 ARB계열의 고혈압 치료제의 특허가 모두 다 풀리는 만큼 피마살탄만이 유일한 ARB계열 오리지널 고혈압 치료 신약으로 군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오리지널약은 보험 약값을 높게 받을 수 있는 데다 고혈압 이외의 질환에 대한 치료효과도 추가로 찾아낼 수 있어 부가가치가 매우 큽니다. 외국 회사와의 파트너십을 잘 활용해 전략적 마케팅에 나설 경우 1조원 이상의 매출도 가능합니다. "

그는 현재 주요 다국적 제약사들과 피마살탄의 기술수출(라이선스아웃) 조건 등에 대해 협의 중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보령제약은 피마살탄 양산을 위해 지난 14일 경기도 안산공장에서 c-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 원료합성 시설 기공식을 가졌다. 200억원을 들여 4개층,6863㎡ 규모로 2010년 말까지 완공할 새 생산라인은 피마살탄을 포함해 연간 최대 1300억원어치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김 대표는 경영지표면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 13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려 당초 예상목표보다 5%포인트 높은 25% 안팎의 성장을 달성했다. 정부의 보험 약값 인하,환율 상승 등 악조건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일궈낸 것은 의약품의 쓰임새를 시장에 맞춰가는 김 대표의 '가치발굴' 마케팅 덕분이다. 예컨대 저용량 아스피린인 '아스트릭스'를 혈전형성 억제제로,위궤양 치료제인 '스토가'를 임상시험을 거쳐 헬리코박터균 치료제로 출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연간 2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는 매출액 규모를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개발(R&D) 예산을 매출액 대비 5% 안팎에서 20% 이상으로 늘리는 획기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인사 기획 마케팅 영업 등 각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을 영입,육성한다는 의욕도 강하다.

김 대표는 다국적 거대제약사와 토종 국내회사 대표를 모두 경험한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바이엘,사노피 등 외국계 제약회사에서만 30년간 마케팅 · 영업 전문가로 활동하다 2005년 보령제약 대표로 스카우트돼 혁신과 성장이라는 두개의 화두에 천착해왔다. '오래된 유명 약국' 혹은 '의약품 유통회사'의 이미지가 강했던 보령제약을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는 R&D 중심 제약회사로 변모시키는 게 그의 최우선 과제다. 실제 보령제약은 올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7개의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아 승인 건수에서 쟁쟁한 국내 주요제약사들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