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담 대법관 후임 제청과정에서 유력 후보인 '서초동 법원장'들이 모두 탈락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대법원에 따르면 이용훈 대법원장은 지난 10일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로부터 추천받은 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 유고 부소장과 정갑주 전주지법원장,이진성 법원행정처 차장,민일영 청주지법원장 등 4명의 후보를 검증하고 있으며 이번 주 안으로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할 예정이다.

신임 대법관 제청이 임박했지만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서울행정법원 등 주요 법원이 몰려있는 서울 서초동에서 예전의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다. 이미 제청자문위가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서열상 유력 후보로 꼽혔던 김용균 서울행정법원장,이인재 서울중앙지법원장,유원규 서울가정법원장 등 이른바 '서초동 법원장'들은 나란히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제청자문위가 뽑은 후보군에 1~2명의 서초동 법원장들이 포함돼 온 전례를 볼 때 매우 이례적인 결과다.

법원 안팎에서는 서초동 법원장들의 재산이 제청자문위의 검증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 나돈다.

이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청와대와 사전조율을 하고 있는데 제청자문위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실패 이후 부담을 느끼고 있는 청와대 입장을 신경쓸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 이인재 서울지방법원장의 신고된 재산은 42억4000만원,유원규 서울가정법원장의 재산은 31억3900만원으로 후보군 가운데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현재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는 정갑주 전주지방법원장이 호남 출신인 데다 재산이 4억3700만원으로 가장 적은 편에 속한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서초동 (법원장)에 큰 결격사유가 없는 점을 볼 때 재산이 문제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선 판사들은 재산 보유가 후보 인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검증시스템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산형성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다면 도덕성에 문제가 있지만 재산이 많다는 이유가 인사의 결격사유가 될 수는 없다"며 "대법관으로서 업무수행 능력과 인품 등이 재산 문제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