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신종플루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에서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일본에서도 지난 15일 첫번째 사망자가 나오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12일 현재 세계 신종플루 사망자 수는 1462명,감염자는 17만7457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겨울철인 남미를 포함한 미주지역 사망자가 1274명으로 가장 많았고 동남아시아 지역 사망자는 83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인구밀도가 높은 북반구가 가을 시즌에 들어가면 신종플루가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한국 일본 등에서 잇따라 첫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신종플루 공포에 휩싸였다. 일본의 첫 사망자는 오키나와현에 사는 57세의 무직 남성으로 최근 외국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남성은 심근경색 치료 경력이 있고,만성 신부전증으로 인해 인공투석을 받아왔다. 오키나와현은 사망원인과 관련,"심장병과 신부전증의 합병 증세에 신종플루까지 감염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신종플루 감염자는 지난달 말 현재 총 5000명 이상에 달했다. 대만에서도 이날 6세 여자 어린이가 신종플루 증세로 사망하면서 사망자가 두 명으로 늘었다. 중국 위생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신종플루 감염자 수는 2003명으로 조사됐다. 인도에선 지난 3일 뭄바이 인근 도시 푸네에서 신종플루 첫 사망자가 나온 지 열흘 만에 사망자가 18명으로 급증했다.

본격적인 겨울철인 남미는 사망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남미대륙 12개국 가운데 사망자가 공식 보고된 국가는 10개국에 달하며 아르헨티나의 경우 사망자 수가 404명으로 미국(477명)에 이어 두 번째다. 브라질에서도 신종플루 사망자 수가 339명,칠레는 112명으로 늘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오스카 아리아스 대통령이 신종플루에 감염돼 비상이 걸렸다.

전 세계 신종플루 사망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자 각국의 백신 확보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백신 구입 비용으로 10억달러 이상을 배정했으며 영국은 내년 초까지 국민 6000만명의 절반가량에게 예방 접종을 실시키로 했다. 캐나다는 신종 플루 백신 5040만명 분을 확보한 상태이며 최근엔 다국적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백신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 9400만회 접종분을 주문한 프랑스는 3600만회 접종분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 옵션도 확보했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제한된 백신 공급량 중 상당 부분이 부유한 나라에 돌아가고 있어 가난한 나라 국민들이 혜택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