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햇빛이 쏟아지는 노천 카페 테라스에서 즐기는 브런치(Brunch).여유로운 삶의 상징이지만 직장인들은 휴일이 아니고서는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길 틈이 없다. 브런치가 어렵다면 '점심+저녁' 격의 '러너'(Lunner=Lunch+Dinner)는 어떨까. 러너는 아침과 점심의 간격에 비해 점심과 저녁 사이가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출출한 배를 채워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주목받는다. 아울러 밤에 먹는 음식은 고스란히 살로 가기에 저녁을 최대한 일찍 먹어야 한다는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관념이 러너의 인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에서 즐길 수 있는 러너 메뉴와 레스토랑에 대해 알아보자.

◆오후 3시,애프터눈 티 러너

가장 고급스러운 러너의 형태는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다. 보통 오후 3~4시 차를 마시는 휴식시간을 일컫는 애프터눈 티는 홍차를 즐기는 영국에서 시작됐다. 점심 대용으로 시작된 러너 문화는 스콘(속을 넣지 않고 구운 빵)과 샌드위치,타르트(프랑스식 파이),초콜릿 등의 달콤한 먹을거리와 티를 함께 마시는 것.세련된 주부일수록 쿠키 선택은 물론 커트러리(포크 · 나이프 · 스푼 세트),찻잔,테이블 세팅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영국에서 건너온 애프터눈 티는 국내 호텔들이 적극 도입하면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특히 영국계 리츠칼튼 호텔과 음식 맛있기로 소문난 웨스틴 조선호텔,파크 하얏트 호텔 등의 애프터눈 티 서비스가 돋보인다.

먼저 웨스틴 조선호텔의 중식당 홍연(紅緣).이곳에서는 티 소믈리에가 엄선한 중국 차와 다식,수제 딤섬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차의 종류로는 세계 3대 홍차인 기문홍차를 비롯해 중국 10대 명산인 무이산 암벽에서 생산되는 대홍포,녹색 황후로 불리는 용정차,운남 보이차,철관음,말리화차 등 9가지가 있다. 여기에 내로라 하는 딤섬 전문 셰프인 웡 티암 푹씨가 만드는 딤섬을 맛볼 수 있다. 가격은 홍 세트 1만5000원(딤섬 1종+중국 차),연 세트 2만5000원(딤섬 2종+중국 차).

리츠칼튼 호텔의 레스토랑 '더 가든'은 영국계 호텔 체인답게 정통 영국식 애프터눈 티 서비스를 자랑한다. 커피,전통 홍차와 함께 갓 구워낸 건포도 스콘과 티라미수,계절과일 타틀렛,베이비 슈,레몬 치즈 케이크 등 영국의 전통적인 차문화를 온 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시간은 오후 2~6시이며,가격은 1인 1만9000원,2인 2만5000원.

◆식사를 겸한 러너

대개 애프터눈 티 타임은 사교를 위한 간식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저녁식사가 따로 필요하지 않은 한끼 식사로도 충분한 러너도 있다. 파크 하얏트 호텔 '코너스톤'의 브런치 테이블은 주말 오후 3시면 디저트 테이블로 변한다. 싱싱한 제철 과일을 테마로 매달 메뉴가 바뀐다. 부드러운 홈메이드 패스트리와 케이크,햄 크로와상과 훈제 연어,크랩 슈 등을 그달의 과일과 함께 내놓는다. 차,커피 또는 생과일 주스를 포함한 가격이 2만5000원이다. 참고로 8월의 테마는 자두,9월은 감과 호두다.

호텔을 제외하고 식사를 겸한 러너의 대표 주자는 마켓오가 아닐까 싶다. 웰빙 레스토랑을 지향하는 이곳에서는 한 그릇으로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러너 메뉴가 가득하다. 요즘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는 '단호박 오곡찰밥'과 '차소바'.가벼우면서도 음식 하나에 충분한 영양이 들어 있어 여성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데이트 때 이 메뉴를 주문하면 호감지수가 급상승할 수 있다는 것은 유용한 팁.

이 밖에 청담동 'A.O.C'나 홍대앞 '아지오' 등 전통적으로 브런치로 유명한 레스토랑에서도 속속 간단한 러너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보통 레스토랑에서 개발하는 러너 푸드는 열량이 높지 않은 데다 다른 반찬이 필요치 않아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김현태 '데이즈드&컨퓨즈드' 수석에디터
kimhyeontae@gmail.com

<스스로 만들어 먹는 '러너'>

금쪽 같은 시간을 쪼개고 만만치 않은 가격을 지불해가며 매일 레스토랑의 러너를 즐길 수는 없다. 최근 마켓오나 닥터유 같은 러너용 제과 브랜드가 환영받고 있는데,이 중 브라우니 같은 아이템은 그 자체가 간식거리이지만 다른 재료와 어우러져 간단한 러너 푸드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요리를 위한 오븐이나 전자레인지 따위는 필요 없다. 워터크래커 하나로도 쉽고 폼나게 만들 수 있는 러너 레시피 두 가지를 소개한다.

◆브리치즈와 애플

· 재료=워터크래커,브리치즈(프랑스 브리지방에서 생산되는 치즈.대형마트에서 구입 가능),사과,피스타치오

①브리치즈를 0.3㎝ 두께로 얇게 썬다.

②사과는 0.2㎝ 두께로 얇게 썬다.

③피스타치오를 잘게 다진다.

④워터크래커 위에 사과,브리치즈 순서로 얹는다.

⑤피스타치오 다진 것을 위에 뿌리고 이탈리안 파슬리를 살짝 올린다.

◆망고 치킨 브레스트

· 재료=워터크래커,닭가슴살,아스파라거스,망고 요거트 소스(캔 망고 250g 1캔,요거트 300g,레몬즙 10g,꿀 50g을 넣고 믹서에 곱게 간다),민트(허브의 일종)

①닭가슴살은 소금,후추 등으로 밑간을 한 후 노릇하게 굽는다.

②구운 닭가슴살을 1.5㎝ 간격으로 어슷하게 썬다.

③아스파라거스의 돌기를 제거한 후 소금간을 해 프라이팬에 굽는다.

④워터크래커 위에 아스파라거스,닭가슴살을 올린 후 망고 요거트 소스를 뿌리고 민트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