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사 등 공공기관 직원의 자녀들을 위해 '공공기관 연계형' 자율형 사립고 설립을 유도하기로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2011년 개교를 목표로 영종경제자유구역 내에 추진하는 학교가 모델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고위관계자는 11일 "혁신도시 등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이 직원 자녀들을 위한 자율형 사립고를 설립할 경우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요 사항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거나 직접 학교운영이 어려울 경우 자율고를 위탁경영할 다른 학교법인을 주선해주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정부 "자율고의 성공적 정착 가능"

교과부가 공기업의 자율고 설립을 유도하는 것은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고교 다양화 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지방근무를 꺼리는 직원들을 설득하기 좋고,정부 입장에서는 공공기관이 자율고를 설립하면 정부의 자율고 정책이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고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적다. 모델이 된 공항공사의 경우 영종도에 설립하는 자율고의 연간 운영비 70억~80억원 중 25% 이상이 학교법인 전입금으로 해마다 지원된다. 이 경우 수업료를 일반고교 수준(연간 140만원 선)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고가 서울에 집중되는 부담을 피할 수 있는 것도 '공공기관 연계형 자율고'의 장점이다. 교과부 학교제도기획과에 따르면 내년 자율고 전환 신청을 한 서울 이외 지역 학교는 모두 14곳(철회한 학교는 제외)이다. 정부의 당초 예상에 못 미치는 수치다. 서울지역에서 내년에 설립이 확정된 자율고만 13곳에 이르는 상황이어서 제도가 사실상 '서울형 사립고'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지방이전 공공기관과 자율고를 '세트' 형태로 묶을 경우 이런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게 교과부의 속내다.

◆공공기관 "직원 지방근무 쉬워지겠네"

지방근무를 거부하는 직원들 때문에 골치를 앓는 공공기관 입장에서도 자율고 설립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유사제도인 자립형 사립고로 설립된 포항제철고와 광양제철고의 경우 포스코 직원 자녀들이 특별전형(정원의 50~60%)을 통해 진학한다. 우수한 교육과정 덕분에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 때문에 수도권 소재 포스코 직원들은 지방 발령이 날 경우 자녀들과 함께 거주지를 옮기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연계형 자율고가 얼마나 많이 설립될지는 직원 자녀에 대한 특별전형 비중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자립형 사립고 하나고(2010년 개교)는 전체 정원의 20%까지 하나금융지주 임직원 자녀 특별전형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된 천안 북일고가 한화그룹 임직원 자녀 특별전형을 추진하다 여론의 반대에 밀려 허가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이지선 교과부 사무관은 "공공기관 연계형 자율형사립고의 특별전형 정원 비율이 어느 정도나 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