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국제업무단지 설계한, 제임스 본클렘퍼러 KPF사장 "노른자 땅에 상가 대신 공원…"
"인천의 송도신도시에서 가장 노른자위 땅에 공원을 만들겠다고 하자 관계자들이 미친 짓이라고 했어요. "

송도 국제업무단지를 설계한 글로벌 건축설계회사 KPF의 제임스 본 클렘퍼러 사장(52)은 11일 서울 대치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송도 센트럴파크 개발과 관련된 비화를 들려 줬다. 막대한 개발 이익을 포기하면서 송도 중앙의 40만㎡ 면적을 공원으로 조성한 이유에 대해 그는 "공원과 같은 열린 공간은 도시의 심장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도 면적으로는 일부분일 뿐이지만 도시 전체의 격을 결정하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클렘퍼러 사장은 "국제 도시인 송도에서 한국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공원을 꾸몄다"며 "동고서저의 지형을 공원 내에 재현하고 운하를 뚫어 3면이 바다에 강이 많은 한반도를 상징화했으며 꽃이나 잔디에도 한국의 특색을 담도록 했다"면서 자랑스러워했다.

인천도시문화축전 개막식 참석차 최근 방한한 그는 송도 국제업무단지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건축물로 복합 상업시설인 '커넬워크'를 꼽았다. "길이가 1㎞에 이르며 중앙에 운하가 흐르는 저층(5층) 상업시설로 단순한 시장이 아닌 풍경이 될 것"이라며 "중국 후난성에서 신도시를 만들고 있는 관계자들도 견학 와서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로 꼽았다"고 말했다.

일본의 '롯폰기 힐스',중국 상하이의 '국제 금융센터' 등을 설계한 경험이 있는 클렘퍼러 사장은 한국과 일본의 건축 문화를 각각 바흐와 베토벤에 비교했다.

그는 "일본인들은 설계 당시부터 대단히 수학적이고 치밀한 반면 한국인들은 건축가의 상상력에 많은 부분을 맡긴다"면서 "지난 10년간 일본보다 한국에 더 흥미로운 건물이 많이 지어진 이유"라고 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서 '동부 금융센터'와 '삼성 서초동 사옥' 등의 설계를 지휘하기도 한 그는 "기존 도심에 짓는 건물을 설계할 때는 다른 건물과 비교해 그 건물을 어떻게 부각시킬지 생각한다"면서 "송도 등 신도시 설계의 경우 건물이 아니라 길과 공원 등 빈 공간을 어떻게 배치할지를 먼저 고민한다는 점에서 정반대의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