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에 의한 폐색전증으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얼굴)이 악화와 호전을 거듭하며 좀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9일 병원 측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이날 0시께부터 새벽까지 증상이 악화돼 한때 산소포화도(동맥혈액 내 산소농도로 90% 이하면 위험)가 60%대로 떨어지고 혈압도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등 위급 상황을 맞았으나 혈전용해제(와파린 헤파린 등)를 투여하는 등 집중치료를 통해 오전 10시40분께 두 수치 모두 정상으로 회복됐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이날 오후 5시께 "지금은 안정적인 횡보상태지만 어느 쪽으로 갈지 모른다"며 "(증상이 악화될 때마다) 약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고농도산소와 폐렴균을 억제하는 항생제,강심제 등에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3일 폐렴으로 입원한 김 전 대통령은 상태가 악화돼 열흘 뒤 합병증으로 폐동맥에 혈전이나 찌꺼기가 끼는 폐색전증이 도졌다. 최근에는 폐렴균을 방어할 면역능력이 저하된 데다 지병인 신기능부전 치료를 위해 2~3일마다 한 번씩 혈액투석을 하는 과정에서 혈압이 떨어지는 등 자체 복원 기능을 잃은 복합장기부전(multiple organ failure) 상태다.

세브란스 의료진은 9일 밤 돌발적인 상황을 우려해 24시간 비상대기에 들어갔으며 부인 이희호 여사,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이 밤새 병실을 지켰다. 또 권노갑 한화갑 한광옥 김옥두 이윤수 설훈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와 박준영 전남지사,한명숙 전 총리,박승 전 한은총재 등이 문병을 오는 등 측근과 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