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연말께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움직이는 항구'가 중남미 서인도제도의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에서 첫선을 보인다.

KAIST(총장 서남표)는 지난달 31일 푸에르토리코의 폰세(Ponce)항 항만운영권사인 미국계 UCW사로부터 모바일하버에 대한 구매 의향서(LOI)를 접수했다고 6일 발표했다.

UCW사가 구매의사를 밝힌 모바일하버 A1-1200 타입은 1200TEU급으로 1만TEU급 컨테이너선 화물을 2일 내에 전부 하역운송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판매금액은 약 5000만 달러(약 6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서남표 총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모바일 하버는 기존의 선박과 항만의 관계를 뒤바꾼 역발상 항구.바닷물에 뜨는 항구가 대형 컨테이너를 실은 선박으로 이동,컨테이너선이 항구까지 들어오지 않고도 신속하게 하역한 후 떠나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현재 모바일하버의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KAIST 해양시스템공학과와 기계공학과의 교수 및 연구원들이 마무리 설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KAIST와 UCW사는 이달 말까지 추가협의를 거쳐 정식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KAIST에 따르면 미국 동부지역과 중남미 지역은 향후 약 70~80% 이상의 물동량 증가가 예상되는 등 모바일하버가 들어설 최적의 수요처로 꼽힌다.

2003년 시작된 파나마운하의 확장공사가 2014년 완공되면 현재 통과 가능한 4400TEU급을 크게 상회하는 1만2000TEU급 컨테이너화물선이 운하를 통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KAIST는 일찍부터 이 부분에 관심을 갖고 푸에르토리코와 협력을 추진해 왔다.

푸에르토리코 정부는 KAIST가 개발 중인 모바일하버를 조기 도입해 폰세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을 배가시킨 후 파나마운하가 확장되는 2014년 이후에는 폰세항을 중남미 카리브해의 중추(HUB)항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KAIST는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사장 출신으로 지난 6월 KAIST로 영입된 안충승 ㈜모바일하버 대표는 "최근 세계 각국의 항만운영사들을 방문해 모바일 하버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며 "UCW사로부터 A1-1200보다 물동 처리량은 적지만 속도가 빠른 A1-600(600TEU급)에 대한 구매 의사도 확인했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추가로 구매의향서를 받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