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기숙사가 여름방학의 한복판에서 `여학생 속옷 도난 사건'으로 술렁대고 있다.

5일 서울대에 따르면 최근 한 여학생이 기숙사 공용 세탁장에서 속옷을 도둑맞았다며 `변태남'을 힐난하는 대자보를 기숙사 게시판에 붙이고 공개 항의했다.

과거에도 속옷 도둑이 문제가 된 적은 있지만 피해 여학생이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특히 대자보를 본 여학생 일부가 "나도 세탁장에서 속옷을 도둑맞았다"고 나서면서 이번 사건은 피해자인 여학생과 잠재적 피의자가 된 남학생들 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한 여학생은 "속옷 도둑이 판을 치는데도 피해 사실을 숨기기만 하는 모습이 참 답답했다.

누가 대자보라도 쓰지 않을까 했는데 차라리 시원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졸지에 `범죄자 집단'으로 몰린 남학생들은 서울대생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 등을 통해 볼멘소리를 내뱉고 있다.

`고릴라'란 닉네임의 학생은 "사이즈 가리지 않고 다량으로 없어졌다 해도 남자 변태의 소행이라기보다는 일단 많이 가져간 후 그중 자기 사이즈에 맞는 걸 찾는 여자 도둑의 절도로 보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다른 남학생은 "절대다수의 일반 상식을 가진 젊은 남자들은 그런 식으로 성적 만족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점잖게 반박하기도 했다.

거듭되는 속옷 도난 사건에 기숙사 측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지난해 이 문제로 공청회를 열어 세탁장의 CCTV 설치를 논의한 기숙사 측은 "CCTV를 달아서라도 도둑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과 "CCTV는 사생활을 감시하는 인권침해"라는 팽팽한 의견 대립 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CCTV를 달았다.

기숙사 관계자는 "CCTV까지 달았는데도 5월 초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공용세탁장에서 속옷을 훔쳐 달아나는 등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2학기부터는 공용세탁장이 없어지고 세탁기가 동마다 설치될 예정이어서 이 같은 문제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