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2020년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3개)를 제시한 것은 대외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G8(선진8개국) 확대정상회의에서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이행하고,국내적으로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들어가면 국민의 부담이 당장 늘어나는 게 불가피하다. 에너지가격이 높아져 기업에도 그만큼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물론 탄소세 재원을 소득세 인하 등에 활용하고 녹색산업을 활성화하면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적지 않은 파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 가지 시나리오

정부는 국내 온실가스 감축의 기술적 · 경제적 여건,국제사회의 요구 수준 등을 고려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시나리오 1'은 온실가스를 2020년 배출전망치보다 21% 감소시키는 것이 목표다. 2005년 배출량 기준으로는 8% 증가되는 수준이다. 이를 위해 △그린 홈 · 그린 빌딩 보급을 확대하고 △LED(발광 다이오드)등 고효율제품 사용 확대 △저탄소 고효율 교통체계 개편 △산업계의 고효율 공정 혁신 등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 시나리오를 채택할 경우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0.29%가 경제적 비용으로 들어간다. 세대당 연간 부담액으로 따지면 13만원이다.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27% 감소(2005년 수준 동결)를 목표로 한 '시나리오2'는 국제적 기준의 감축비용 수준(이산화탄소 1t당 5만원 이하)의 수단을 추가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경제적 부담은 GDP의 0.37%이며 세대당 부담액은 연간 16만6000원이다.

가장 강도 높은 감축 계획인 '시나리오 3'은 2020년 배출 전망치에 비해 30%를 감축시키는 게 목표다. EU(유럽연합) 등에서 개발도상국에 요구하는 최대 감축 수준이다. 전기자동차 · 연료전지차 등 차세대 그린카 보급,최첨단 고효율 제품,CCS(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 등을 적극 도입해야 달성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경제적 비용은 GDP의 0.49%에 이르며,세대당 부담액은 21만7000원이다.

김형국 녹색성장위원장은 "최근 15년간 100%나 증가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 15년간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소폭 증가(8%) 내지 감소(-4%)하는 수준으로 제시한 것은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왜 온실가스 감축하나

한국은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의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서 빠졌다. 하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이자 세계 10위(2005년 기준)의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라는 점이 부담이다. EU 등 선진국은 한국에 대해 감축의무국으로 편입하거나 개도국과 차별화되는 감축안을 요구하고 있다.

녹색성장기획단의 우기종 단장은 "우리와 같이 OECD국가이면서 의무감축국이 아닌 멕시코도 조만간 감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며 대만도 2025년에 2000년 수준으로 동결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 최근 급부상하는 '녹색장벽'을 뛰어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U와 미국 등은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는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국경세' 도입을 검토하는 등 녹색보호주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제적 득실 어떨까

산업계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정부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 가격 인상 등에 따른 기업생산 및 소비 감소로 인해 시나리오에 따라 GDP가 연간 0.29%,0.37%,0.49%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경제적으로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거나 탄소세에 따른 재원을 연구개발(R&D)및 소득세 인하 등에 활용하면 부정적 효과는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또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 따라 5년간 107조원이 투입되면 182조~206조원의 추가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등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 생산 및 고용 증가가 이뤄져 전체적으로는 GDP에 플러스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