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 4일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향년 57세.

조씨가 이날 오전 11시32분께 전남 해남군 법곡리 자택 현관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부인 이모씨(44)가 발견,119에 신고했다. 조씨는 구급대원이 도착할 당시 심장마비 증세를 보여 해남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낮 12시45분께 심폐정지로 숨을 거뒀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시신을 부검키로 했다. 고인의 빈소는 해남 국제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식은 6일 오전에 유족과 수영계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치러질 예정이다.

이날 오후엔 부인 이씨가 신경안정제 등을 과다복용해 경찰이 경위 조사에 나섰다. 전남 해남경찰서는 "심장마비로 숨진 조씨의 부인 이씨가 오후 3시30분께 음독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오빠와 함께 조씨의 빈소가 마련된 해남 국제장례식장으로 이동하던 중 차 안에서 갑자기 구토를 하고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해남 종합병원에서 위 세척 치료를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이씨는 현재 혼수상태에 빠져 있지만 호흡,맥박 등이 위급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씨는 대한해협 횡단 30주년인 내년 8월15일께 다시 횡단에 나서기로 하고 제주도에 캠프를 차려놓고 준비하다가 1주일 전부터 자택에 머물며 부인과 함께 지내왔다. 조씨는 내년 횡단 도전을 앞두고 훈련비 마련에 애를 먹었으며 혼자 술을 마시는 날도 많았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조씨의 친구 김용철씨는 "후원비 문제로 고민하면서도 호적(1952년생)과 달리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60세가 되는 해여서 '환갑의 힘'을 과시해 국민에게 용기와 힘을 주겠다고 의욕을 불태웠었다"며 "최근 함께 식사를 할 때까지만 해도 건강한 모습이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씨의 타계 소식에 한국 수영계는 충격에 빠졌다. 최근 막을 내린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이 거둔 기대 이하의 성적에 이어 한국 수영의 '별'이 졌다는 소식까지 더해지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정부광 대한수영연맹 부회장은 "고인은 1970년대 우물 안 개구리였던 한국 수영의 선진화를 이끈 개척자이며 영웅"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하루 그의 홈페이지에는 방문자 수가 급증했다. 방문자들은 '물과 같이 하며 우리에게 용기를 주신 분.물처럼 자유롭게 편히 쉬시고,명복을 빕니다'(성시찬),'그곳에서도 못다 한 꿈 이루시길 바랍니다'(임선영) 등의 글을 남기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고인은 양정고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방콕(1970년)과 테헤란(1974년) 아시안게임 수영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연속 금메달을 땄고 선수 시절 50차례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는 등 '아시아의 물개'로 명성을 떨쳤다.

1980년과 1982년 대한해협과 도버해협을 각각 횡단하고,2005년에는 두 아들과 함께 울릉도~독도를 헤엄쳐 건너기도 했다. 대한수영연맹 상임이사,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