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A부장검사는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간 여름휴가를 가기로 하고 제주도행 항공편을 예약했다. 그러나 휴가 기간에 검찰 인사가 난다는 소문에 부랴부랴 휴가를 반납했지만 인사는 없었다. A부장검사는 '지금이 아니면 못 간다'는 생각에 다시 금요일과 이번 주 월요일 이틀 휴가를 냈다.

검사들이 여름휴가 '퍼즐 짜맞추기'로 고민하고 있다. 검찰 인사를 앞두고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부장검사 이상은 휴가 기간이 지난해 5일에서 올해는 2일로 대폭 축소됐다. 그나마 인사 발표날짜와 겹칠까봐 마음대로 휴가 스케줄을 짜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당초 지난 4일부터 가기로 한 사흘간의 휴가를 반납하면서 차장검사 이상은 아예 휴가를 엄두도 못내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경우 부장급 이상 검사 4명 모두 휴가를 못갔다. 서울중앙지검의 B부장검사는 "윗분께서 농담조로 '휴가 가라고 하니까 진짜 가는 사람이 있더라?'라고 얘기해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평검사들은 이보다 사정이 낫지만 눈치를 보느라 대개 휴가를 2~3일로 줄이고 있다.

검사들은 휴가철인 데다 인사를 앞두고 있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의 C부장검사는 "인사를 앞두고 새로운 수사를 벌리기도 어렵고 애매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검찰 일각에서는 인사가 이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오는 6일이나 다음날 단행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지난 주말과 이번주 초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를 만나 인사를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인사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인 19일께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