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의 우울증상과 인지기능 저하는 심리적 반응이 아닌 합병증의 일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류인균 서울대의대 교수(45) 연구팀이 당뇨환자에서 나타나는 우울증상,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한 메커니즘을 세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3일 발표했다. 교과부 '21세기 프론티어 뇌기능활용및 뇌질환치료기술개발연구사업단'과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분야 국제 저널인 '일반정신의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당뇨 환자에게 합병증으로 인해 뇌졸중을 비롯한 뇌혈관의 이상이 온다는 것은 오랫동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혈관에 이상이 없는 당뇨 환자들에서도 우울증상이나 인지기능 저하가 생기는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만성질환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라는 것이 주요 견해였다. 하지만 최근 뇌영상연구기술이 발달하면서 뇌의 미세한 구조적 · 생화학적 변화를 탐지하게 되면서 글루타메이트 같은 뇌내 대사물질의 미세한 변화로 인지 및 정서상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연구팀은 123명의 제1형 당뇨 환자와 38명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양성자자기공명분광(핵자기공명 현상을 이용해 체내 대사물질을 분석하는 도구)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제1형 당뇨 환자들은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뇌의 전전두엽의 글루타메이트 등의 농도를 보여주는 Glx가 9%나 증가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류 교수는 "당뇨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와 우울증상이 우연에 의한 현상이거나 심리적인 반응 때문이 아니라 고혈당이 뇌의 기능을 변화시켜 합병증을 초래하면서 발생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글루타메이트 등에 작용할 수 있는 약물 치료로 인지기능 저하와 우울증상의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