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현장에서 피해자를 피신시키기 위해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에게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내린 것을 부당하다는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는 폭행사건 현장에서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피신시키는 과정에서 음주운전을 해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은 조모(33)씨가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행정심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조씨는 지난 4월 25일 오전 5시께 충남 천안시 두정동에 있는 식당에서 회사 직원들과 회식을 마치고 나오다 40대 중반의 남성이 30대 중반의 여성을 폭행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폭력을 저지하지 위해 다른 남자가 가해 남성을 껴안는 순간 상처투성이인 피해여성이 "살려달라"며 조씨에게 자동차 열쇠를 건네주자, 조씨는 술을 마시긴 했으나 피해 여성을 조수석에 태우고 약 50m를 운전해 사건 현장을 벗어났다.

그러나 택배 및 소화물 배달회사 직원으로 일하던 조씨는 경찰관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돼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자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조씨가 운전면허 취소기준치(혈중알코올 농도 0.1%)를 넘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한 사실은 인정되나 폭행현장에서 구호요청을 받고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급히 피신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운전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음주운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밝혔다.

행정심판위 관계자는 "요즘같이 남의 일에 무관심한 분위기에 타인의 위험을 외면하지 않고 선의로 도와준 것인데, 단지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